가장 추웠던 날, 북구 음악의 신년 음악회

추웠지만 따뜻하고 먹먹했던 연주

by 레오

지난해 서울 시향 음악감독으로 Zweden이 부임한 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듣곤 2025년도 시향의 신년 음악회가 궁금했다. 여느 때와 다르게 공연 레퍼토리 보다 좌석 확보가 중요해 오래전에 예매해 뒀다.

연주될 곡은 맨델스존의 교향곡 4번(이탈리아),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새해 분위기에 맞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 '푸른 도나우강' 등 4곡이었다.


나는 클래식을 입문하고 대부분의 공연은 예술의 전당에서 들었다. 롯데 콘서트홀이 개관한 후 선택지가 늘었다. 2025년 신년 음악회 장소는 세종문화회관이었다. 중학교 시절 즉, 40여 년 전 4대 국경일 행사에 쉬지도 못하고 '동원'되어 들어가 본 이후 처음이다. 아니 오래된 공연장의 시설과 음향을 걱정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강당 근처에서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가는 짧은 이동에도 손끝, 발끝, 코끝 온몸의 끝이 아플 정도였다. 공연 들으러 가는 사람이 아니라 추위 피하는 사람처럼 강당 문을 열며 뛰어들어갔다. 공연 시간 30분 전인데 무척 관객들이 많았다. 익숙한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과 다른 내관 분위기를 훑고 공연장에 자리 잡았다. 웬걸 좌석마다 앞에 조그마한 모니터가 있어 공연 내용 안내를 받겠다 싶었다. 내가 익숙한 두 공연장보다 디테일이 있어 친절해 보였다.


악단과 악장이 입장하고 Zweden 감독이 지휘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공항 항공기사고에 대한 애도와 Tribute 연주하겠다는 말을 했다...물론 좌석 앞에 작은 모니터엔 Elgar의 '수수께끼 변주곡(Nimrod)'으로 안내되고 연주 후 침묵과 박수를 삼가해 달라는 내용이 쓰여있다. 난 Elgar 음악은 '위풍당당 항진곡' 외에 잘 몰랐고 지난 Zweden감독의 쇼스타코비치 7번 연주 시 제1 연주로 첼로협주곡 한번 들어보았을 뿐, 잘 몰랐고 모니터가 안내하는 제목도 무척 생소했다.

Zwrden의 지휘봉이 움직이자 단원들의 일사불란하고 차분한 선율이 강당 위에서 눈이 내리듯 했다. 지난해 연말의 사고로 돌아가신 희생자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지휘를 마친 Zweden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장했다. 사회의 아픔을 나누고 애도를 동참토록 요청한 마에스트로의 기품있는 말과 품위 있는 연주 그리고 행동에서 먹먹함은 깊이를 더했다. 그 곡으로 공연을 마친다 해도 난 괜찮았을 것이다.


이후 연주는 사실 중요치 않았다.

계속 Zweden의 지휘와 비탄을 표하는 연주가 머리에 맴돌았다. 2024년말 우리나라 전체가 불행할 정도로 복잡했는데 나는 위안을 받았다. 좋았다.



한 가지 공연 중 딱 떠오른 다른 생각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 협연자는 16세 김서현이었다. 수상 경력이 증명하듯 기교가 넘쳤다. 그러나 내가 듣고 싶은 얼어붙은 땅 북구의 고민 많은 꼬장꼬장한 시벨리우스 소리는 아니었다.


아마

40년 전, 헤비메탈 부흥기에 기타 신예로 건방지게 등장한 기타리스트 Yingwei Malmsteen이 Black Sabbath의 흑심을 연주하기엔 무척 영롱했던 것처럼 말이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老가수 정미조가 '개여울'을 부른다. 40년 전 듣기 싫었던 그 노래가 인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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