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을 멈춘 구조견, 저먼 셰퍼드

by 포근한실공방

무너진 건물 더미 속,

차가운 물속

험난한 산길

어느 곳에도 그들이 있다.


저먼 셰퍼드는

구조견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견종 중 하나이다.


탁월한 후각과 청각,

단단한 근육과 명석한 머리를 가진 셰퍼드


사람보다 앞서 무너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살아 있는 온기를 찾아내고,

작은 숨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겁먹지 않고, 망설이지 않는다.


그렇게 구조견은

무너진 자리에서 살아남은 생명을 발견하고,

또다시 사람의 품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구조견도 언젠가는 지친다.

수많은 현장과 훈련을 거치며

몸은 굳고, 털은 희어지며, 반응은 느려진다.


그제야 비로소 '은퇴견'이라는 이름을 달고

해방된다.


어떤 아이는 훈련소 직원의 품으로,

어떤 아이는 일반 가정으로 입양되어


조용한 일상을 살아간다.


긴박한 소리가 없는 일상,

훈련이 필요 없는 산책,

누군가의 무릎에서 깜빡 잠드는 오후.


그들이 구한 수많은 생명처럼,

누군가의 곁에서 평범하고 따뜻한 하루를 살아가는

일부의 구조견들


하지만 그들도 마냥 행복하진 않다.


얼마 남지 않은 수명도 문제지만

고된 훈련으로 여기저기 고장 난 몸은

거대한 병원비로 이어지고


대형견 진료를 꺼리는 병원도 많아

은퇴 구조견은 마음껏 아프기도 힘들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고장 나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그저 도움만 주는 그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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