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등교하면서 학습준비물을 우리 문구점에 들려서 사갔다. 맑고 경쾌한 개구쟁이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아침 9시쯤 우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침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성남에 있는 초등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했다. 제대로 이사한 첫 번째 집이어서 우리 가족은 너무도 행복했다. 초등학교 후문 앞에 있던 우리 집의 모퉁이를 아빠가 망치와 시멘트와 톱등을 이용해서 이번에는 문구점을 만들었다.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문구점에는 공책과 물감, 스케치북 등의 학습물이 가득 있었고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학습 관련 물건들을 팔았다.
우리 식구들은 서로 시간에 맞추어 문구점의 자리를 지키며 판매를 하였다. 어느 날은 가족 모두가 문구점에 앉아서 수다는 떠는 즐거운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그 문구점은 우리 동네 아줌마들의 친목장소도 되어 저녁 먹고 8시쯤 되면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하여 10시쯤 문을 닫을 때까지 마을의 친목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초등학교 후문 근처의 집에서 꽤 오랫동안 문구점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서 충당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열심히 가족들이 일하고 아빠의 월급을 모아 드디어 서울에 있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아파트를 구입하였다.
그러나 바로 아파트로 이사하지 못하고 전세를 끼고 사놓기만 하였다. 돈이 부족하여 당분간은 계속 성남에 있는 문구점에 살면서 전세금을 빼 줄 수 있는 돈을 모아 몇 년 후에 아파트에 입성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