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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an 04. 2025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2일 차  -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     


딸은 캐나다에서 집에 오자마자 미용실부터 찾았다. 캐나다는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데

5만 원은  족히 들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단다. 나랑 자주 가는 단골 미용실에 10개월 만에

방문했다. 원장님은 딸을 보자마자,     


“헉... 2년 이상 있다가 온 줄 알았어”     


라며 깜짝 놀란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나도 캐나다에서 온 딸의 머리를 처음 보고,     


“어머, *바야바 머리 같아”     


심히 놀랬다. 유난히 머리숱이 많고 심한 곱슬머리를 가진 딸은, 불과 10개월 만에 머리를

엄청 길러서 온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허쉬 컷 머리해주세요”     


딸은 이 와중에 유행을 따져가며 뻔뻔하게 요구사항을 말한다.    

 

“머리숱이 많아서 매직기로 곱슬머리 펴는데 최소 4시간 이상은 걸릴 거예요”     


원장님은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듯 대답한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는 동안 캐나다에서의

일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없더라고요.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독일에서 워홀 온 배관공 친구는 돈을 많이 벌었어요. 제 자신이 객관화가 많이 됐어요.

  그냥 공부만  한 저는 단순한 일 밖에 할 게 없어요”     


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이 야무져서 캐나다에서도 미용실, 네일등에서 솜씨 좋은 걸로

인정받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그중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온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단다.     


“나이아가라에 갔다 오면 사람들이 다 젊어져서 온다면서요”원장님도 한마디 거든다.     


‘나이아가라 폭포 경치가 워낙 좋아서 그러나...’ 나도 내심 궁금해하던 찰나,     


“나이야 가라, 폭포라서 그렇대요”     


라며 원장님이 씩 웃으며 얘기한다. 50대 원장님의 아재 개그에 딸과 나도 경악하며 웃었다.

담소를 나누며 매직기 3대와 세팅기등 다양한 장비를 거쳐 장장 5시간의 대공사가 진행됐다.

딸의 머리는 바야바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드라마 속 임수정으로 거듭났다. 정말 대단한

솜씨다. 오늘따라 미용기술을 가진 원장님이 새삼 위대해 보인다.




딸은 ‘역시 한국인의 야무진 손길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흡족해한다.  

10개월 만에 마주한 딸의 모습이 아주 조금은 성장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바야바 : 원제는 Bigfoot and Wildboy. 미국 ABC 방송국을 통하여 1977년부터

1979년까지 방영한 미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다.


한국에서는 총 에피소드 중 8편만이 소개되었고 1980년대 KBS2에서 오후에 방영되었으며

 그 파장이 엄청나서 당시를 살던 소년들에게 바야바는 우상으로 떠받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엄청난 점프력과 힘은 선천적 얼간이들에 나오는 바야바 놀이를 유행시킬

 정도였다. 무한도전을 보더라도 하하나 노홍철 같이 바아바를 어릴 때 본 세대(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출생)가 유독 바야바 얘기를 많이 하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정준하의 별명이

바야바. 90년대만 해도 다리털이 많다든지 팔에 털이 많은 동급생을 보고 별명으로

바야바로 부르던 경우까지 있었다. (나무위키)


원더우먼, 육백만 불의 사나이 등과 같은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의 명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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