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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혜
Jan 05. 2025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3일 차 - DNA의 힘
“오늘 서예함을 정리하다 이모부가 쓴 붓글씨를 발견했어. 이게 그동안 상자 밑에
딱 붙어 있어서 못 봤나 봐. 우선 스캔으로 보내줄게”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촌 오빠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나의 아버지는 2019년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사촌 오빠가 붓글씨를 쓸 수 있는 서예함을 선물해
드린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아버지가 자꾸 생각나서 힘들다며
아버지의 유품을 모두 정리해 버리셨다. 아직 쓸만한 서예함은 선물해 준 오빠에게 다시
돌려줬던 모양이다.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너무 반가웠다. 2019년도에
돌아가셨으니, 벌써
5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꿈속에서도
만난 적이
없어서 내심 그리웠다.
“오빠 너무 고마워. 덕분에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 남았네. 아버지 이름으로 오빠가
좋아하는 보리굴비 10마리 보낼게. 잘 보관해 준 보관비야”
그렇게 보관비까지 야무지게 지급하고, 먼저 받아본 아빠의 붓글씨 스캔본을 보고
조금 놀라웠다. 아빠는 어린 시절 한학 서원에서 공부하셨다고 했다.
(초등학교등 정규과정 공부는 못하신 것 같다)
서울로 상경 후 일용 노동자로 사신 분의 글씨체로 보기에 참 잘 쓰인 글씨체다.
문득 궁금증이 들어 사촌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는 어떻게 아빠한테 서예함을 선물할 생각을 했어”
“응 이모부의 재능이 아까워 보여서. 일용직 노동자로 사시기에..”
사촌 오빠와 통화를 마친 후, 한자로 쓰인 붓글씨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앞뒷장으로 쓰셔서, 먹물이 배겨 나와 글 해석이 어려웠다.
유일하게 “장락산”이라는 한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경기도 가평에 있는 산이라고 한다. 가평은 아버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나는 당장에 가평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어릴 때 아버지 따라 몇 번 간 기억이 있는
아버지 고향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를 향했다. 호적등본에 있는 주소지를 찾아가 보니,
장락산은 아버지가 매일 놀러 갔던 뒷동산일 것으로 추측되었다.
‘어린 개구쟁이 아빠가 이 동네에서 뛰어놀았구나.’
나도 모르게 상상이 되면서 웃음과 짠함이 교차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아무도 보내 주지 않았다’며
술만 드시면 원망하던 말들이 이제야 내 가슴을 후벼 판다.
돌아오는 길에 가평문화원에도 잠깐 방문했다. (전화로 문의했을 때
직원분이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해서 스캔본을 미리 보내 놓은 상태였다)
글씨가 깨끗하지 않아서 해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도 친절하고
적극적인
응대
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와 통화를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 10살 무렵에 돌아가신 친조부모님은 화장 후 장락산에 뿌렸다고 한다.
그리고 친할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 한학을 공부하셨다는 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내가 아빠한테 참 무심한 딸이었구나. 아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네. 아빠 미안해.
내가 어린 시절부터 글짓기를 잘해서 상도 많이 탔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
이 늦은 나이에도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할아버지, 아빠의 DNA를 물려받아서
그랬었나 봐.. 아빠! 나 꼭 작가가 될게! 내가 그 꿈을 이뤄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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