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짜 배고픔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 43일 차

by 은혜

나는 허기를 잘 알고 있다. 그걸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어린아이였던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미군 트럭들을 쫓아 도로를 달리면서, 군인들이 기세 좋게 던져주는 추잉검, 초콜릿, 빵 꾸러미를 잡으려고 두 손을 내밀었다. 아이였을 때는 정어리 깡통에 든 기름을 마실 정도로 기름진 음식에 굶주려 있어서, 몸이 튼튼해지는 음식이라며 할머니가 떠주시는 간유를 숟가락까지 쪽쪽 핥아먹었다.

..........

그 시절의 허기는 지금도 내 안에 있다. 나는 그 허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강렬한 빛을 발하면서 어린 시절을 잊지 못하게 한다. 그런 허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시절,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기나긴 세월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지 못했으리라. 행복하다는 것, 그것은 기억할 것이 없음을 말한다.

<허기의 간주곡>르 클레지오






"엄마 또 뭐 먹어? "

"그냥.. 이거 쪼금 먹는 거야"

"뭐가 먹고 싶다.. 그건 가짜 배고픔이래, 뭐라도 제발 먹었으면 좋겠다.. 이게 진짜 배고픈 거래"


그럼 나는 매일 가짜 배고픔인가 보다. 늘 " 뭐가 먹고 싶다.. " 이런 마음으로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찾는다.


"엄마! 나, 입이 심심해. 뭐 먹을 거 없어?"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한테 이런 말을 자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가짜 배고픔이 시작됐는지 모른다.


더 뚱실 해지기 전에 내 마음 고픔의 근원을 찾아서 채워줘야겠다. 나날이 살이 찌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