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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의 이사 2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53일 차

by 은혜



점점 연로해지는 부모님 두 분만 사는 것이 우리 자식들에겐 걱정거리였다. 자식들 옆으로 이사하자고 해도 30년 넘게 살아 온 동네를 떠날 수 없다고 하신다.


"너희들 오늘 집에 좀 올 수 있냐"


하루는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 남편이 가보니, 아버지가 침대에서 낙상해 일어나시지 못했다. 시부모 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다. 남편은 어렵고 힘들게 4층 계단을 함께 내려와 병원에 모시고 다녀왔다.


나이 가 들어가시면서 점점 "집에 와줄 수 있냐"는 전화 횟수가 늘어났다. 집에 가보면 대체로 넘어지셨거나,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한 경우였다. 더 이상 90세 부모님 두 분만 4층 집에 살도록 할 수가 없다. 자칫하면 4층 집에 감금되실 판이다.


마침 시부모님 집 근처에 새로 지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자식들은 강경하게 이사를 권했고, 시부모님들도 지금 사는 집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다는 걸 아시고 합의를 하셨다. 그리고 지난주 어렵사리 이사를 했다.


시부모님이 30년 만에 이사한 집은 올해 1윌부터 입주가 시작된 신축 아파트다. 아직 한창 이사 중이라

아파트 단지 내는 정신이 없었다. 이제부터 어린이가 된 부모님 손을 붙잡고 아파트 적응기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우선 엘리베이터 타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얼굴인식으로 들어가는 1층 현관문이 첫 번째 관문이다.


"여기다 얼굴을 대라고?"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1층 현관문이 열렸다. 두 번째 관문은 엘리베이터 타기다.


엘리베이터는 그래도 무사히 통과했다. 마지막 관문인 집 앞 현관문은 손가락 지문 인식이다.


"여기다 손가락을 대라고?"

어머니가 지문인식 하는 곳에 손가락을 대니, 집안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인 현관문이 열렸다.


한 번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반복 학습에 나섰다. 다시 어머니랑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다.


"경비실이 어디냐, 경비실 좀 가자"


'이사 왔다고 경비아저씨께 인사드리러 가나" 생각하며 어머니와 함께 경비실을 방문했다.


"저그, 나 새로 이사 왔는데요, 혹시 집 못 찾으면 나, 집 좀 찾아줘요. 동 호수 알려줄 테니까"


어머니는 경비 아저씨께 부탁을 드리며 인사를 나눴다.


다시 집에 들어와 있는데, 시아버지가 쓱 일어나시더니 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셨다.


"아버지 지금 뭐 하신 거예요?"

"응, 얼굴인식 되나 안 되나 해보고 왔어. 하루에 몇 번씩 해봐. 집이 내 얼굴 기억하나 보려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아버지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아파트에서 살 길을 찾아 가시는 중이다. 이쯤 되면, 90세 부모님 신축 아파트 적응기가 아니라 생존기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나는 부모님 나이 90세까지 살수 있을까? 설사 그 나이까지 살아 있다 해도, 우리 자식들에게 돌봄이나 부양 따위는 애초에 기대도 없다. 그저 자기 앞가림만 해줘도 감사할 뿐이 다. 내 노후를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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