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 54일 차

by 은혜

될 수 있는지 없는지


1. 1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거야?

2.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 한다.

3. 그제야 나는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4. 안전하게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찾기 위해 텅 빈 도시를 샅샅이 뒤졌다.

5. 잠에서 깨어 내가 한 데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6. 마실 수 있는 것이 없어 목말라하는 사람들

7. 호르몬의 영향으로 엄마는 아기를 항상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8.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불안은 촉박한 시간뿐만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기도 했다.


'될 수 있는', 할 수 있는'은 동사의 어간에 '-ㄹ 수 있는'을 붙여 쓴 형태로, 이 또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독성 강한 표현이다.(이 문장에도 들어 있다!) 문제는 가능성이나 능력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문장에서도 굳이 '될(할) 수 있는'을 고집한다는데 있다. 한번 빼보자.


1. 1등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거야?

2.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될 능력을 갖추고자 한다.

3. 그제야 나는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깨닫게 된 것이다)

4. 안전하게 치료해 줄 의사를 찾기 위해 텅 빈 도시를 샅샅이 뒤졌다.

5. 잠에서 깨어 내가 한 데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6. 마실 것이 없어 목말라하는 사람들

7. 호르몬의 영향으로 엄마는 항상 아기를 항상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8. 우리가 느낀 불안은 촉박한 시간뿐만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기도 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얼마든지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을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에 사로잡혀 그러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이렇듯 '될 수 있다'와 '할 수 있다' 모두 가능성과 능력을 나타낼 때 쓰는데, 가능성이 없는 경우 까지 남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색한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 가령 '할 수 있다'는 괜찮지만 '못할 수 있다'는 어딘지 어색하다. 같은 맥락에서 '알 수 있다'는 자연스럽지만 '모를 수 있다'는 어색하다.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하지 않지만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어색하다. '그런 시도는 위험할 수 있다'도 어색한 표현이다.


못할 수 있다.

못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

어떻게 그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런 시도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시도는 자칫 위험해지기 쉽다.


다음 문장들은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자리에 '-ㄹ 수 있다'를 붙인 경우다.


해결 방법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해결 방법은 다양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놀라는 게 마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놀라는 게 마땅하다.


좋은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도와준다.


두 선수 중 누가 이길 수 있을까요?

두 선수 중 어느 쪽이 이길까요?


내 표현이 심했을 수 있어. 사과할게.

내 표현이 좀 심했던 것 같아. 사과할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부모님의 이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