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52일 차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당하는 말이나 시키는 말, 곧 피동과 사동은 모두 동사와 관련된 말이다. 가령 '먹다'라는 동사를 '먹히다'라고 쓰면 당하는 말이 되고 '먹이다'라고 쓰면 시키는 말이 된다. 먹히는 건 먹는 행위를 당하는 것이고, 먹이는 건
먹게끔 하는 것, 곧 먹도록 시키는 것이니까.
이렇게만 보면 무척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동사가 당하는 말과 시키는 말을 갖는 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설레다'라는 동사는 당하는 말도 시키는 말도 갖지 않는다. 설레는 일은 당할 수도 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할 수도 시킬 수도 없는 동사를 당하거나 시키는 형태로 쓸 때가 적지 않다. 게다가 당하는 말을 한번 더 당하게 만들어 쓰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문장이 이상해진다. 아니 이상하고 어색해 보여야 마땅한데 습관처럼 쓰다 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게 외려 더 문제다.
1.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데일 날이 있을 거야.
2.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웃옷에 고기 냄새가 온통 다 배였다.
3.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설레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4. 점심 무렵까지도 날이 궂더니 어느새 활짝 개여서 하늘이 파래졌다.
5.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6. 눈앞이 막막했는데 그런데로 살아지더라고요.
1.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델 날이 있을 거야.
2.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웃옷에 고기 냄새가 온통 다 뱄다.
3.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설레 잠을 이루지 못했다.
4. 점심 무렵까지도 날이 궂더니 어느새 활짝 개어 하늘이 파래졌다.
5.휴가를 손꼽아 기다린다. (또는)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6. 눈앞이 막막했는데 그런데로 살게 되더라고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