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넓혀라.

by 고인물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 있다. 좋게 말하면 불의를 못 참는 사람들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는 짓을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람들이다. 오지랖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잠시뿐인 경우가 많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사실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참 나쁜 말이지만, 이용하고자 하면 쉽게 사람을 이용할 수 있다. 옆에서 바람만 조금 넣어주면 본인이 해결사인 듯이 앞장선다. 물론, 좋은 뜻에서 하는 것이고 스스로도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장을 서는 것이다. 좋은 뜻으로 한두 번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성취감을 얻는 것이 나쁠리는 없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아야 한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찾기도 어렵지 않다. 그냥 조금만 관찰하면 보인다. 즉, 오지랖이 넓은 사람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는 말이다. 친분 관계를 차치하고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아, 나는 저 사람과는 친하지는 않지만, 저 사람은 오지랖이 넓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당신도 알 것이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이상하다. 단지 오지랖이 넓다는 것만으로 왜 주변에 사람이 많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가 있을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꽤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많다.

다른 하나는 전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노릇을 하다 보니, 주민센터에서 민원을 받듯 직장 동료들의 민원을 받게 된다.


전자는 크게 문제가 없다. 오히려 좋은 오지랖의 표본이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바로 후자다. 해결사 노릇을 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문제다.

해결사가 되기 위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주변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은 해결사야.'라는 눈빛을 받는다면 조심해야 한다. 좋은 의도로 해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이 회사나 동료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대신하게 하려는 의도가 더 많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 자체는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변에 그 사람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위해 해결사 노릇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어찌 보면 상부상조하는 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큰 위험(리스크)을 감수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생활이 아닌 친구나 가족을 위한 오지랖은 경우가 다르다. 지금 다루는 부분은 회사에서의 오지랖에 관한 이야기다.


오지랖이 넓으면 이것저것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해결사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나도 내가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어느새 난 오지랖 넓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회사 업무, 개인적인 질문, 불만, 심지어 회사의 기밀에 관한 요청까지 들어온다. 처음에는 괜찮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버거워진다. 내가 회사의 오너도 아니고, 회사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도 아닌데 말이다. 회사 업무만으로도 벅찬 직장 생활에 또 다른 업무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업무보다 동료들의 요청에 따른 업무가 더 많아진다. 회사를 다니기가 버거워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회사와 주변 동료들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처음에는 미안함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자신이 왜 나서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인간이란 자신을 탓하기보다 주변을 탓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오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 왔다면, 조금은 독해질 필요가 있다.

일단, 주변 사람들의 해결사 노릇을 그만둬야 한다. 그러려면 "NO!"라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하고, 남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힘들다. 주변에 북적북적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혼자만의 시간이 더욱 많아진다. 왠지 모르게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더 이상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당신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될 일은 절대로 없다. 그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일을 해결해 주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다.

마치 정수기가 물을 정수하듯, 당신의 일상에서 당신의 일이 아닌 일들이 정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해결사 노릇을 해 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걸러라. 당신의 인생에서 전혀 쓸모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라.


당신이 오지랖을 좁혀도 전혀 문제없다. 오직 당신 스스로 자신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뿐이다.

남들을 돌볼 때가 아니다. 자신을 돌봐야 할 때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봐라. 그렇게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 순간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사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 이후에 오지랖을 다시 넓혀도 된다. 그때가 되면 자신의 오지랖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까지 넓어지면, 남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자신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독이 되기 전에 스스로를 잘 챙겨라.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하는 사람은 결국 쓰러진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지랖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그런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라면, 자신이 감당할 범위에서 오지랖을 넓혀라. 후자라면, 누군가를 이용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해 봐라. 그러지 않고 남을 먼저 이용하려고 한다면 너무 양아치 아닌가!

의외로 이런 양아치가 많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문제다. 한 번쯤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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