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by 고인물

당신의 학창 시절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혹시 직장인이었나요? 아마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였으니까요. 하얀색 가운을 입고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 무엇이든 물어보면 척척 알려주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개발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습니다. 아마 어린 시절 즐겨보던 로봇 만화에 한 명씩은 꼭 등장하던 박사님을 보며 꿨던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우리의 꿈은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합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만 가도 좋겠다', '연봉 4000만 원을 주는 기업에 취직하면 좋겠다'처럼, 꿈이 아닌 현실적인 목표 속에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타협점을 찾게 되죠. 꿈이 현실과 타협될수록, 꿈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립니다. 우리 주변에서 현실주의자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이자,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실주의자를 비하하려는 말은 아닙니다. 저 또한 현실주의자 중 한 명이기에, 그런 비하는 자기 비하가 될 테니까요. 다만, 현실주의자로 살더라도 꿈을 잃지는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현실주의자로서의 삶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서 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죠.


어떤 사람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연봉도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고 가정해보죠. 누군가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꿈을 이뤘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배낭을 메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꿈이었다면 어떨까요? 여기서 말하는 세계 여행이란, 휴가를 내어 짧게 다녀오는 그런 여행이 아닙니다. 어쩌면 사회적 기반을 모두 내려놓을 정도의 용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안정적인 수입과 생활이 보장된 상황에서, 과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계 여행을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현실과 타협할 겁니다. 매년 여름휴가 기간에만 여러 나라를 가보는 것으로요. 자신의 꿈이었던 '배낭을 멘 세계 여행'에서 '배낭'을 버리는 셈이죠. 한번 타협을 하고 나면 두 번째는 더 쉽습니다. '회사가 너무 바빠서 도저히 해외 여행을 갈 정도의 휴가를 낼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네. 올해는 넘어가자. 안정적인 삶이 더 중요하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 해에 그 꿈이 다시 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올해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배낭을 멘 세계 여행'이라는 꿈은 완전히 지워진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간단한 예일 뿐입니다. '작가를 꿈꿨지만',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프로그래머를 꿈꿨지만'… 결국 많은 이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안주하게 됩니다. 꿈보다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물론입니다. 당장의 현실은 꿈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내가 하지 못하는 그 선택을 한 사람들을 당신은 부러워하고 있지 않나요? 앞서 예로 든, 배낭여행을 꿈꾸던 직장인은 아마 비슷한 도전을 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을 겁니다. '언젠가 나도 꼭 해봐야지'라고 다짐하지만, 그 결심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될수록 더욱 현실적이 될 수밖에 없기에 도전은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라고 물으실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앞서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현실주의자가 되더라도 꿈을 잃지 말자'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수록 사람은 더 현실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 안락함에서 벗어나기 싫기 때문이죠. 안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꿈을 위해 더 쉽게 도전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정한 삶 속에서 이상을 좇는 사람들이 꿈에 더 과감히 도전하곤 합니다. 물론 불안정하기에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안정하기에 '어차피 도전해야 한다면 내 꿈에 도전하자'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죠.


너무 극단적인 예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안정이라는 가치를 약간만 내려놓아도 충분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이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안전이라는 테두리 안에 불확실성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죠.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도 그 테두리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저 역시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의 차이점은, 이제는 그 영역 밖으로 기꺼이 나가보려 한다는 점입니다. 불안하기도 하고, 안정이라는 벽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밖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하며,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기회를 알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으니까요. 하지만 걱정이 조금 생기더라도, 자신의 안전선 밖으로 영역을 넓혀보세요. 그 선에서 한 발자국 나아간다고 해서 안전선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자신의 안전선을 넘어가 보세요. 저는 그것이야말로, 현실주의자로 살면서도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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