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슈퍼맨'은 어디에 있을까

by 고인물

사회 초년생 시절에 보이는 과장, 차장, 부장들은 마치 슈퍼맨 같다. 투덜거리면서도 해야 할 것은 모두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시간은 나와 같은 8시간이지만, 훨씬 더 여유롭게 보인다. 거기에 업무를 하며 자신을 지도해 주기까지 하는 그런 선배로,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마치 드라마처럼. 우리는 그런 선배들을 꿈꾸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 그런 사내에 그런 선배가 없었다. 아니 선배라는 존재가 없었다. 같은 팀이기는 하지만 다른 업무를 해주는 선배는 있었지만, 나와 같은 업무를 하는 선배는 없었다. 선배라고 한다면 임원이었다. 내가 하는 업무는 사원 그리고 이사뿐이었다. 쉽게 말해 아버지 뻘이었기 때문에 선배라고 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새로 생긴 부서이고, 업무도 회사에서 처음 도전해 보는 업무이기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해당 분야에 경력이 많은 임원급을 뽑아서 업무를 진행하고, 다른 모든 잡무를 처리하는 멀티플레이의 직원을 뽑는다. 그리고 사업이 잘 될 것 같으면 인원을 점차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부서를 키운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렇게 새로운 사업을 키워나갔다. 나는 딱, 모든 잡무를 처리하는 멀티플러이의 직원의 역할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회초년생이었기에 버틴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으로 버틴 듯하다.


직장은 처음 말한 드라마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드라마와 같은 회사가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슈퍼맨처럼 바라보던 그 선배들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고뇌와 씨름하며 자신의 몫을 다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은 수많은 경험과 실패가 쌓여 만들어진, 능숙함이라는 갑옷이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누군가를 온전히 챙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당장 내 앞에 놓인 보고서와 마감일, 실적 압박 속에서 다른 사람, 특히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입사원의 보폭에 맞춰 걷는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한다. 그것은 단순히 업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그의 성장과 감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복합적인 역할이다. 많은 선배들이 마음 한편으로는 후배를 챙기고 싶어 하면서도, 현실의 벽 앞에서 그러지 못하는 이유다. 그것은 결코 개인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가 개인의 성장을 차분히 기다려줄 만큼 여유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달려야 하는 경주 트랙 위에서, 옆 사람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행위는 그만큼 큰 결심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의 직장 생활에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는 선배나 동료를 만났다면, 그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당신의 질문에 귀 기울여주고, 실수를 나무라기보다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주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절대 그 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업무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까지 가르쳐 줄 인생의 스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가가야 한다. 수동적으로 가르쳐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움을 갈구해야 한다. 그들의 어깨너머로 본 업무 처리 방식, 회의에서의 발언, 문제 해결 능력 하나하나가 당신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혹은 더 많은 사람들처럼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알려주는 사람도, 이끌어주는 사람도 없이 오직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말이다. 막막하고 외로운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때로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되고, 끝없는 잡무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간이 당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기에 스스로 더 치열하게 파고들게 되고, 작은 성공 하나하나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 그렇게 일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엑셀 함수 하나를 더 알게 되고, 보고서의 논리가 더 명확해지며, 거래처와의 소통이 원활해지는 작은 변화들이 쌓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회사는 결코 당신의 묵묵한 노력을 외면하지 않는다. 당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도, 당신이 묵묵히 처리한 일들과 해결해 낸 문제들은 분명 어딘가에 기록되고 기억된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 일은 OOO 씨가 잘 알지", "이건 OOO 씨에게 맡겨보자"와 같이 당신의 이름이 불리는 기회가 찾아온다. 아무도 없던 황무지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싹을 틔우고 마침내 꽃을 피워낸 당신을, 회사가 인정해 주는 순간이다.


우리가 꿈꾸던 드라마 속 슈퍼맨은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슈퍼맨이 되어주길 바라기보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운이 좋아 좋은 멘토를 만났다면 감사하며 배우고, 그렇지 않다면 홀로 길을 개척하며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가면 된다. 어떤 길이든, 그 끝에는 분명 성장한 당신이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신이 누군가의 '선배'가 되었을 때, 과거의 당신처럼 막막해하는 후배에게 작은 등불 하나쯤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25화직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탈출을 위한 10년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