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탈출을 위한 10년 계획

by 고인물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다.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돈은 반드시 필요하고, 회사는 나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로 돈을 제공해준다. 그렇다면 돈은 언제까지 필요할까? 돈은 죽을 때까지 필요하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이 정규직과 정년 연장을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당신에게 돈을 주는 주체는 회사인가, 아니면 당신의 노동력인가? 돈을 주는 곳은 회사지만, 돈을 받게 하는 원천은 바로 당신의 노동력이다. 즉, 회사가 아니더라도 당신의 노동력을 돈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직장은 더 이상 필수적인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일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이 반드시 회사 일일 필요는 없다. 노동력을 돈으로 바꾸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회사원은 아무런 자산 없이 대학 졸업장만 가진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일 뿐이다. 이 밖에도 사업이나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장사를 하거나 유튜버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수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회사원을 선택한다.


왜 회사원을 선택할까? 바로 '돈'과 '경험'의 부재, 그리고 '두려움'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저절로 돈과 사회 경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졸업하기까지 돈을 벌기보다 쓰기만 했으며, 학창 시절의 경험은 사회에서 마주하는 현실과는 또 다르다. 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다른 종류의 경험이라는 것을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은 왜 생길까? 청년 창업을 위한 수많은 정부 지원책이 있음에도 대학 졸업 후 창업이 아닌 회사원을 택하는 이유는 실패했을 때의 막막함 때문이다. 실패를 먼저 걱정하는 두려움이 창업이라는 높은 벽을 만든다.


결국 돈도, 경험도 없고, 창업도 두려우니 가장 안전한 선택지인 회사원을 택하는 것이다. 회사원을 택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졸업 후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원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돈과 경험, 두려움 때문에 회사를 선택했지만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과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최소화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직장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주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직장인은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왜 처음부터 못 한다고 단정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사회초년생 때는 가능하다. '빨리 돈을 모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이야기해주겠다. 경력이 쌓이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 된다. 결혼하면 전세나 월세로 시작한다. 연봉이 올랐으니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그러다 아이가 생긴다. 아이가 생기면 내 집 마련을 꿈꾸게 된다. 빌라는 꺼려지고, 초등학교가 가깝거나 '초품아' 아파트를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산다. 조금 벅차다는 느낌은 있지만, 연봉은 계속 오르고 직장도 안정적이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커가면서 예상보다 교육비가 많이 든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데, 부모로서 돈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허리띠를 졸라매 아이들의 교육비를 감당한다. 시간이 더 흐르니 부모님들이 편찮기 시작하신다.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부모님 병원비와 생활비 등 돈 들어갈 곳은 계속 생긴다. 어느덧 자신의 몸도 하나둘 고장 나기 시작한다.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나가고, 아이들 학자금과 용돈도 필요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면 정년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국민연금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정년이 지나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당신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직장은 당신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될 수 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천직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예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이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아니,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는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데,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나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것이 오늘날 대부분 직장인이 마주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평생 직장인으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생의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회사에 입사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시기가 바로 돈을 가장 잘 모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연봉이 오르면 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연봉이 오를수록 돈이 필요한 곳은 더 많아진다. 즉, 연봉이 오르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지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입사 후 약 10년의 골든 타임 동안 착실히 저축하고, 내 집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병행한다면 그 이후의 삶에서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리 효과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튼튼한 기반이 되어준다.


마침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다니는 회사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지 않더라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다른 동료들이 퇴직을 걱정할 때, 당신은 '언제쯤 퇴사해서 내가 원하는 일을 시작할까'를 계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직장은 그만두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로봇이나 AI의 발전 등 여러 이유로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면,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퇴사하면 생계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선순환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세대 간의 갈등만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세대 갈등 해결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 세대가 인생의 첫 10년을 잘 보냈다면, 청년 세대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물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청년 세대는 그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지금 기성세대의 10년이 아쉬웠다면, 다음 세대의 10년은 지금과는 다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나 역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다음 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를 물려주는 역할을 하고, 가능하다면 그런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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