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승복 Mar 20. 2023

[형사12] 악담과 기습접촉으로 캐디를 강제추행하다니

강제추행 후 미투 얘기로 둘러대서야

W1과 W2는 2018년 6월 00골프장에서 캐디에게 “이게 만지는 거가?”, “필리핀 같이 가자”를 비롯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사로 캐디를 강제추행한 일이 있었다.


정상적인 골퍼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악담이다. 당시 캐디가 받았을 성적 수치감과 정신적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이다. 이 사건의 전말과 판결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의 판결(2019. 6. 20. 선고 2018고합92) 요지를 바탕으로 사건전말과 법적 책임관계를 살펴본다.


W1은 그날 위 골프장의 힐코스 3번 홀에서 여자 캐디에게 “이게 만지는 거가?”라고 말하면서 왼손으로 캐디의 오른쪽 어깨를 톡톡 치는 방법으로 만져 강제추행하였다.


W2는 그날 위 골프장 힐코스 6번 홀부터 레이크코스 9번 홀에 이르기까지 “네가 이상형이다. 니 같이 작고 가벼운 애들이 들어서 하기 좋다. 필리핀에 같이 가자. 내 이름은 괜히 성기가 아니다.”라는 등의 성적인 말을 하면서 수 회에 걸쳐 골프채를 건네 주는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놓아주지 않는 방법으로 만져 강제추행하였다.


법원은 W1과 W2의 위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W1에 대하여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W2에 대하여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아울러, W1과 W2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 및 관할기관에 대한 신상정보 제출명령을 내렸다.


다만, W1과 W2가 성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W1과 W2의 연령, 직업,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추어 W1과 W2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만으로도 W1과 W2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취업제한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남늄저수지, 비얀티엔, 라오스, 2017. 1.(필자 촬영)]


한편, W1은 ‘미투’ 이야기를 하다가 일행들에게 요즘 세태에 비추어 가벼운 접촉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하여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이런 행동도 만지는 것이냐고 물었을 뿐이고, 피해자를 추행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다투었다.


법원은 아래와 같은 강제추행죄의 법리 및 인정되는 사정을 종합하여 W1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일 필요는 없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참조).


법원이 인정한 주요 사정은 아래와 같다.

① 사건 당시 골프장의 이용고객인 69세의 W1이 처음 만난 골프장 캐디인 27세의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들으라는 듯이 일행들과 함께 골프장 캐디들에 대한 외모 평가, ‘미투’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던 중 “이게 만지는 거가?”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어깨를 만진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이고, 실제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껴 “당연히 몸에 손을 대시는 건데 만지시는 거죠.”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므로, 이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


② W1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신체를 만진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으므로 피해자를 추행한다는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 ③ W1의 행위는 이른바 ‘기습추행’에 해당하므로 그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에 해당하고, W1이 만진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어깨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건전한 유머와 언어추행을 구별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경계는 오락과 도박의 경계보다 훨씬 좁고 얇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나 수치심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또한, 캐디가 카트를 운행할 때 골퍼가 과도하게 캐디측에 밀착하여 아슬아슬하게 앉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캐디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캐디가 이로부터 거리를 두며 운행하다가 카트사고가 날 수 있다.   


위와 같은 언어추행이나 기습추행은 미투 얘기로 둘러댈 수 있는 추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이다. 국회의원 등 고위층에서 추행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면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리 볼 수 있지 않다. 골프가 주는 가르침과 깨우침, 즐거움과 재충전의 무대에서 어이하여 위험한 적색 라인을 넘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함부로 음란한 행위를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荒淫無恥 / 황음무치).”라는 구절이 있는데, W1과 W2의 추태는 삼국지연의의 구절에 다름 아니다.


골퍼들이여! 이와 같은 행위는 엄중한 처벌은 물론, 관련 법령에 따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 및 관할기관에 대한 신상정보 제출명령 외에도, 신상정보의 공개취업제한명령 및 손해배상 청구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전 09화 [형사5] 내기 골프, 오락일까? 도박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