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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1] 오구 플레이로 3년간 출전이 정지되다니

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지연된 신고로 중징계를 받다

by 나승복

Y 선수는 2022년 7월 대한골프협회(이하 “협회”)에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잘못된 볼을 치고도 신고하지 않은 채 경기를 했다고 자진 신고하여 골퍼와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Y 선수는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 데뷔하여 한 차례 우승을 한 데다 당시 세계랭킹 75위로서 한국여자골프의 신성으로 촉망을 받았기 때문에 주위에 더욱 큰 놀라움을 주었다.


필자는 Y 선수가 치는 드라이버 샷을 보면서 근래 보기 드문 초장타의 등장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 왔는데, 이러한 오구 플레이로 3년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다니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 사건은 2022년 하반기에 여러 언론에서 수 차례에 걸쳐 보도되어 잘 알려진 것이나,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징계 심의 결과(https://www.kgagolf.or.kr/Notice/PressReleaseView.aspx?p_BOARD_SE=5105&p_SEARCH_IF=%EC%9C%A4%EC%9D%B4%EB%82%98&p_PAGE_NO=1, 2022.8.19.)와 조선일보 보도의 요지(최수현, https://www.chosun.com/sports/golf/2022/10/11/JFAGMXM3VJCNDOF7BJYQ5NTSQQ/, 2022.10.11.)를 위주로 그 자초지종과 징계결과를 살펴본다.




Y 선수는 2022년 6월 레인보우힐스골프장에서 개최된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Y선수가 제1일 경기 15번 홀에서 티샷한 공이 오른쪽 러프에 빠졌는데, 누군가 공을 찾았다고 해서 이 공으로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이 공은 Y선수가 친 공이 아니었고 동반 선수들의 공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잘못된 볼로 플레이'한 이후에 시정하지 않고 16번 홀에서 티샷을 해서 관련 골프규칙을 위반하고 2일째 경기까지 출전하였으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인 7월 협회에 자진 신고하였다.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같은 해 8월 Y 선수의 골프규칙 위반 및 지연 신고에 대해 징계 심의를 하였다.


위원회가 적시한 징계사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Y 선수가 골프 규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계속하여 다음 날까지 출전하여 대회 질서를 문란케 한 점이다. 나머지 하나는, Y 선수가 국가대표 출신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골프 규칙 위반을 숨기다 상당 기간 경과 후 자진 신고함으로써 골프의 근간인 신뢰를 훼손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이다.


[Dyansty GC, 태국, 2015. 2.(필자 촬영)]


위원회는 Y 선수가 스스로 신고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Y 선수의 행위가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제31조 제2항 소정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골프인 품위를 훼손시킨 행위”로 보고 “대한골프협회 주최, 주관 대회 3년 출전정지”의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한편, Y 선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위원회의 징계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불복할 수 있었으나 이에 대하여 불복하지 않았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참가신청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Y 선수의 팬들이 호쾌한 스윙과 당찬 경기를 보고 탄성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3년 동안 이를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이 강조한 바와 같이, 골프는 자신의 양심이 곧 심판이 되는 유일한 종목이므로 골프의 기본정신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순간적인 판단 잘못과 지체된 신고로 중대한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중국에 “잘못을 범하였는데 또 다시 잘못을 범하다(錯上加錯 / 착상가착).”라는 성어(成語)가 있는데, 이는 Y 선수의 행위를 지적하는 바이다. Y선수가 첫번째 잘못인 ‘오구 플레이’를 한 후 바로 경기위원에게 신고하였거나 제1일 경기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에 신고하였더라면 3년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맹자(孟子)는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길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의지를 시련에 빠지게 하여 …… 의지와 성격을 강인하게 한 후 그 동안 할 수 없었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느니라(天將降大任于斯人也,必先苦其心志……動心忍性,曾益其所不能也).”라고 훈계하였다.


Y 선수가 3년의 수행기간에 맹자의 이 가르침을 깊이 새겨서 기량과 맨털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더 성숙한 프로로 복귀할 것을 응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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