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융(牟融)은 고상한 품격 골퍼가 되라 한다
골프의 동반자는 대부분 지인이다. 동창, 고객, 친구, 모임멤버 등으로 이루어진다. 가끔 지인과 함께 온 초면도 있다. 동반자는 라운드 동안은 물론, 그 전후도 함께 하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특히, 라운드 동안에는 대자연의 코스를 누비면서 동고동락하는 특수관계자이기도 하다. 혼자 하면서도 함께 하는 다면적 운동이다 보니, 골프는 다른 종목보다도 훨씬 엄격한 잣대를 요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잣대는 고상(高尙)한 품격(品格)이리라. 이와 관련하여, 동한시대의 관료이자 문인인 모융(牟融)도 사람에게 청풍고절(清風高節), 즉 맑으면서도 고상한 품격을 갖추라고 권한 바 있다.
필자의 동반자 중에는 고상의 품격의 소유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라운드 중에 동반자가 경사지에서 볼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데, 어떤 이는 이를 도외시한 채 자신의 라운드에만 신경 쓴다. 어떤 이는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 과도하게 자책한다. 어떤 이는 동반자나 캐디에게 하는 말이 거칠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다. 또한, 동반자가 샷이나 퍼팅을 준비하는데 말하거나 잡음을 내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고상한 품격을 가진 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할까? 절제력과 배려심이라고 생각한다. 절제력은 자신에 대한 것이고, 배려심은 동반자에 대한 것이다. 이 두 요소는 자신과 동반자에 대한 매너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식의 다소나 학력의 고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20여 년의 골프 여정에서 후반 10년 동안 매년 3,4회 남짓 라운드를 해온 IT기업인이 있다. 언제 보아도 고상한 품격을 지녔다고 평가할 만하다. 필자보다 한 수 위임에도 늘 겸허함을 잃지 않는다. 어쩌다 미스샷이나 쓰리펏을 하더라도,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동반자들의 굿샷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동반자의 볼을 찾는 데도 솔선수범한다. 동반자나 캐디에게 구사하는 언어가 점잖으면서도 시의적절하다. 간간히 건네는 유머도 분위기를 북돋아준다. 그래서 위 기업인과 라운드 하는 날이면 어느 때보다도 더 즐겁다. 라운드 후 함께 하는 식사시간도 흥겨워서,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많이 풀 수 있다.
[안양컨트리클럽, 8번홀, 2016. 5.(필자 촬영)]
프로세계에서도 고상한 품격을 가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전자는 필 미켈슨을 들 수 있고, 후자는 아놀드 파머를 들 수 있다.
미켈슨이 2021년 PGA챔피언십에서 50대 이상의 나이 중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장타들과의 긴장된 라운드 중에, 장애가 있는 갤러리에게 땅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준 것은 고상한 품격의 발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주석 1).
반면에, 아놀드 파머의 예는 고상한 품격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1962년 US오프에서, 프로데뷔 1년차로서 무명인 22세의 잭 니클라우스와 당시 최고의 프로로서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33승을 한 아놀도 파머가 연장전에서 만났다. 경기 시작 전에, 아놀드가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 쌓인 상태에서 신출내기 잭에게 다가갔다. 그는 잭에게 “피하고 싶은 사람이 여기 와 있네.” 라고 부담주는 말을 건넸다. 잭은 “그렇게 높이 평가해 주어 고맙습니다.” 라며 정중하게 되받았다. 잭은 연장전에서 3타 차로 아놀드를 이기고 프로대회 첫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개가를 올렸다.(주석 2) 그 때 아놀드가 인생의 선배이자 당대의 최고 선수로서 잭에게 멋진 경기를 하자고 했더라면 실력과 품격을 겸비했다고 평가받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업이나 교류 등 여러 관계에서도 고상한 품격의 소유자는 눈에 띈다. 자신에 대한 절제력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사회생활의 필요조건이니 명심하여 실행에 옮기자.
◆ 작자
✔ 모융(牟融) : ?~A.D.79, 동한 관료, 문인
✔ 제조지(題趙支) : 자연목가시(自然牧歌詩)
◆ 주석
1)정현석(2021.5.24.), 골프역사 새로 쓴 오십대 노장의 열정, 사라져 가는 것들에게 던진 울림의 메시지,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ports/sports_photo/2021/05/24/2W6K5N66M7SSGHVCF7DCA6LFG4/
2)이인세(2016.12.19.), 1962년 US오픈 첫 대결… ‘무명’ 니클라우스, ‘무적’ 파머 꺾어,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21901032839000003
◆ 한자
✔ 清風高節 – 牟融, 题趙支
[청풍고절 – 모융, 제조지]
✔ 맑으면서도 고상한 품격
✔ 清: 맑을 청, 節: 절개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