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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복 Nov 20. 2023

[이색 12] 갤러리 방해로 첫 메이저 우승을 놓치다니

그렉 노먼은 US오픈대회에서 갤러리 입방아에 무너지다

호주의 대표적 프로 골퍼인 그렉 노먼은 1986년 US오픈 대회의 최종라운드에서 갤러리의 입방아방해로 다잡은 우승을 날려버린 일이 있었다.  


프로 골퍼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할진대, 우승을 앞두고 갤러리의 입방아로 흔들리면서 우승을 놓치다니 얼마나 가슴 아픈 사연인가? 


이에 대하여 관련 기사(Pat Ralph, https://golf.com/news/greg-norman-approached-heckler-1986-us-open/, 2019.4.1, Golf)를 토대로 그 당시의 상황을 살펴본다.




노먼은 1986년 뉴욕주 쉬네콕 힐스에서 열린 US오픈의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최종라운드 내내 갤러리의 거친 입방아에 시달려 매우 힘들었다. 

그 갤러리는 노먼에게 “당신은 빌어먹을 호주 사람이니, 집으로 꺼져라! 당신은 골프를 칠 수 없다. 숨 막히고 말 거다.”라고 지껄였다. 이러한 방해는 그린에서 티샷지점으로 걸어가는 사이에 귓속을 맴돌았기 때문에 매우 힘겨웠다.


노먼은 한 방송의 인터뷰에서 그때의 에피소드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럴 때 게임에 집중하는 것은 힘들어서, 그때 평정심을 좀 잃었다. 나는 갤러리에게 반응해서는 안 되었는데, 그에게 다가가서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우측으로 샷을 날린 후 그 갤러리에게 걸어가서 그에게 ‘봐라! 네가 나에게 말할 게 있으면, 라운드가 끝난 후 주차장에서 그렇게 말해봐라’”


노먼은 그때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그 사태는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골프의 스포츠 규정을 어겼다. 갤러리의 입방아로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것을 결코 해서는 안되었었다.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한 단계 올라가는데 가르침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의 입방아에 평정심을 잃은 나머지 첫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놓치고 말았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75타를 치면서 6타 차로 레이몬드 플로이드에게 우승컵을 넘겨줘야 했다.


그로부터 딱 한 달 후, 그는 디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첫 메이저 타이틀이라는 개가를 올렸다.


[탄손낫GC, 베트남, 2019.8.(필자 촬영)]


노먼이 갤러리의 입방아로 평정심을 잃은 바람에 첫 메이저 타이틀을 놓치다니, 그의 당시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메이저 대회는 명예, 상금, 광고 등 여러 면에서 일반 대회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을 받게 되는데, 갤러리가 근접한 거리에서 우승을 앞두고 있는 선수에게 모욕적인 언사로 방해를 한다면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먼이 메이저 타이틀 보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평정심을 발휘하여 이러한 상황을 극복했어야 했다.


전국시대 도가(道家)의 대표인물인 장자(莊子)는 “나무로 만든 닭의 평정심을 기르라.(木鷄養到 / 목계양도).”고 강조하면서 평정심의 중요성을 일갈했다. 노먼이 갤러리의 모욕적 언사도 초월할 수 있는 평정심을 발휘했더라면 US오픈 대회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노먼은 그로부터 한 달 간의 절치부심과 대오각성을 거친 후 마침내 디오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니,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집요한 목표집착력은 골퍼에게 커다란 가르침과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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