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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_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by 나승복

"홀인원 초근접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그것은 바로 홀에 10cm까지 근접한 선물이었다.


2013년 6월 동두천시에 있는 티클라우드CC 라운드에서 발생했다.
아침 라운드여서 안개가 수묵화처럼 완만한 산허리에 걸려 있었다.


130여m 거리의 내리막 파3였다. 내리막 고도차가 50m 정도는 되었다.
확 트인 지형이어서 티샷 공의 낙하 지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상당히 멀어 보였지만 130여m라는 말에 긴장감이 크진 않았다.

두 동반자들은 가벼운 스윙으로 어렵사리 파온에 성공했다.


필자도 파온에 대한 불안감은 크진 않았으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필자의 차례가 되었다.


그간의 아이언 연습을 바탕으로 임팩트 후 10여cm 지날 때까지 눈을 붙였다.

또한, 피니시 아크를 10시까지로 줄이고, 피니시 방향을 좌측 어깨와 귀 사이로 보내려 했다.


임팩트나 피니시가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는 느낌이었다.

피니시 후 공의 궤적을 쫓아갈 수 없었다. 이처럼 궤적을 쫓아가지 않았다면 좋은 신호임에 분명했다.


어! 공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홀을 향해 굴러가고 있어요! 점점 다가가고 있어요!
캐디는 자기도 모르게 독백하더니 점점 소리를 높여 생동감 있게 실황을 중계했다.


[2013. 6. 필자 촬영]


아! 홀인원 되는 줄 알았어요! 홀 바로 옆에 정지했어요!
뜻밖의 격정적인 중계와 아쉬움이 넘치는 해설에, 동반자들도 덩달아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가 평온으로 회귀했다.


공은 홀 바로 옆 10cm 지점에서 물끄러미 주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홀인원을 한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너무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홀인원이 필자의 의지 영역에 속하지 않지만, 초근접 결과에 행운의 여신을 탓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홀인원이 머지 않았다는 동반자들의 위로로 미련을 달래야 했다.


그 라운드 후, ‘홀인원’이라는 행운의 여신이 필자 부근에 왕림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미리 행운의 여신을 영접할 준비가 필요했다.


바로 다음 주에 장미빛 희망을 가지고 주저없이 홀인원 보험금이 부가된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다. 주된 목적은 홀인원과 보험금이었다.


그후 파3홀의 티샷 지점에 오르면 스윙의 기본이나 지형별 전략은 희미해졌다.
홀인원과 보험금이라는 목전의 과욕과 일전의 아쉬운 기억에 집착한 듯했다.


그 후론 파3에서 스윙을 마치고 그린 위를 살펴보면 공이 보이지 않았다.
파온이 되었더라도 귀퉁이에 놓여 있어 파를 일구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아마도 홀인원을 전담하는 행운의 여신은 일시 필자에게 다가왔다가
과욕과 집착의 모습을 보고 사라진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홀인원 보험기간도 필자의 도전을 기다리다가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갔다.

그로부터 다시 1년 여의 고행을 거치며 스윙의 기본과 전략을 되새기게 되었다.


중국 강소성 쑤저우로 출장 갔다가 귀국길에 가진 라운드는 부활의 신호를 보내주었다.

지난번과 비슷한 거리의 파3에서 티샷 공은 또다시 홀을 향해 날아갔다.


"그 티샷 공은 어떻게 되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순이 드라이버 탈출기 _9화 하마터면 롱기스트 상을 받을 뻔하다
_10화 난초화가가 드라이버로 장군봉 능선을 넘기다
_11화 롱기스트 상품의 추억을 반추하다
_12화 동문 후배의 초장타에 경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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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1화 난초샷 드라이버에서 좌충우돌 아이언으로
_2화 문제점에 대한 원인 탐색인가, 구체적 방법론인가
_3화 루크 도널드를 탐방하다
_4화 템포 노하우도 루크 도널드로부터 구하다
_5화 70대 고수의 팁을 보태어 파온 확률을 높이다
_6화 아이언 연습을 통해 벙커샷 이글의 행운을 얻다
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9화 중국 쑤조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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