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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_중국 쑤저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중국 쑤저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by 나승복

"중국 쑤저우에서의 티샷 공은 어떻게 되었을까?"


2018년 12월 중국 기업에 국내 소송의 변론계획을 설명하러 쑤저우에 출장 갔다가 귀국하던 날 벌어졌다.


필자는 한 라운드를 하더라도 자신의 클럽을 사용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려 했다. 골프는 유비, 관우, 장비 중에서 장비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쑤저우 출장에서도 업무 후 라운드가 예정되어 있어 묵직한 골프클럽백으로 무장했다.


쑤저우가 상하이에서 가까운 곳이긴 하였으나, 12월이다보니 스산한 날씨였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으나 매서운 한기가 피부에 닿았다.


스윙에 지장 없을 정도로 따뜻한 복장을 준비해 갔다.
어느 지인이 겨울 골프는 ‘온도’와 ‘두께’라고 강변했던 기억이 났던 터였다.


겨울 골프에서 추위를 느끼면 스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하여 옷을 두껍게 입었다간 스윙이 둔해져 좋은 샷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날도 얇은 옷을 겹쳐 입되 2개의 핫팩을 등과 허리에 부착했다.

동반자들은 필자가 너무 추워 보인다고 걱정하기에 위 노하우를 소개했다.


쑤저우의 한풍은 거세게 불었으나, 이에 뒤질세라 풀슁을 하면서 갈색빛 초원을 진군했다.
동반자들도 상당한 구력이어서 한 홀 한 홀 지날수록 샷들이 범상치 않았다.


문제의 파3 홀에 당도했다. 티샷에서 핀까지의 거리는 130여m였으며 맞바람까지 불었다.
이 정도의 거리는 9번 아이언을 잡아야 했으나, 거센 맞바람을 고려해서 7번 아이언을 택했다.


두 동반자는 핀의 좌우측에 안착시켰고, 이어 필자가 티샷에 들어섰다.
한기와 역풍이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2019. 11. 필자 촬영]


이럴 때일수록 과욕을 부리지 말고 아이언 샷의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 기본을 외친다고 하여 그대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긴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주문을 외웠다.


백 스윙은 천천히, 다운스윙은 우측 팔이 겨드랑이 스치자.

임팩트 후 클럽헤드가 15cm 지날 때까지 공의 원래 지점을 주시하자.

피니시 아크는 2시부터 10시까지로 하되, 그 방향은 좌측 어깨와 귀 사이를 가리키자.


긴장된 상황에서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공은 발사대를 출발했다.

티샷에 앞서 외운 주문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의문이었으나 큰 미스는 없는 듯했다.


동반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필자의 공이 맞바람을 뚫고 핀을 향해 비교적 정확히 날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윙을 마친 필자도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 공의 종착점이 홀 안이었는지, 아니면 홀 옆이었는지였다.


잠시 후 침묵이 흐르더니, 동반자들은 홀인원이 터지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연발했다.
홀 옆에 정지한 것 같다고 했다. 티샷을 마친 후 그린을 향해 궁금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 공이 홀 옆 10cm에 정지하다니!
동반자가 홀 옆의 공을 확인한 후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면서 말했다.


홀인원 보험기간이 지나니, 행운의 여신이 다시 근접해 오는가 보다!
홀인원을 할 뻔한 공을 목도하면서 독백을 던졌다.


좌충우돌 아이언 샷이 이글의 행운과 홀인원 초근접 사건으로 이어지더니,
OB 라인 옆의 공이 뜻밖의 버디로 부활하기도 했다.


OB 라인 옆의 티샷 공은 어떻게 버디로 부활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_10화 난초화가가 드라이버로 장군봉 능선을 넘기다
_11화 롱기스트 상품의 추억을 반추하다
_12화 동문 후배의 초장타에 경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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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1화 난초샷 드라이버에서 좌충우돌 아이언으로
_2화 문제점에 대한 원인 탐색인가, 구체적 방법론인가
_3화 루크 도널드를 탐방하다
_4화 템포 노하우도 루크 도널드로부터 구하다
_5화 70대 고수의 팁을 보태어 파온 확률을 높이다
_6화 아이언 연습을 통해 벙커샷 이글의 행운을 얻다
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8화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_10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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