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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_어프로치로 내리막 급경사의 버디를 맞이하다

어프로치로 내리막 급경사의 버디를 맞이하다

by 나승복

쾌재의 어프로치 샷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2021년 한여름 진천에 있는 에머슨CC 라운드였다.
2~3달에 한번씩 초등동창 기업인들과 함께 한 자리였다.


모두 80대 초반의 핸디캡이어서 3노 게임으로 재미와 집중을 겸했다.
3노는 노 멀리건, 노 터치, 노 컨시드(손잡이를 포함한 퍼터길이를 넘을 경우 노 컨시드)였다.


첫 홀부터 원투 스트로크에 당홀 배판으로 시작했다.
원투는 타당 1천원으로 버디와 트리플 이상 나올 경우 배판으로 정했다.


이 친구들과의 라운드 때엔 적당한 긴장과 고상한 매너가 돋보였다.
그래서인지 어느 다른 골프 모임보다도 기다려지는 라운드였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의 라운드치고는 비교적 선선했다.
골프장이 300~400m의 고지대에 있어서 한 여름이라고 해서 라운드를 피하진 않았다.


전반 8번째 홀이었다. 그늘집의 시원한 휴식과 허기를 채울 간식이 기다려졌다.
모두 조금 더 집중하자는 모습이 역력했다.


330m 정도로 약간 오르막의 평이한 파4였다.
80대 초반의 골퍼답게 티샷이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다음 샷도 큰 고장은 없었다. 두 사람은 4m와 5m 정도의 파온이었다.
필자와 다른 친구의 공은 그린 주변에서 약 2m와 3m 떨어진 프린지에 있었다.


친구의 공은 프린지에서 핀까지 10m 정도로 우측으로 약하게 휜 내리막이었다.
골프장의 그린 스피드가 2.5였으니 약한 내리막은 핀에 붙이기 쉬어 보였다.


필자의 공은 프린지에서 핀까지 8m 정도로 친구보다 짧은 거리였다.
하지만, 우측으로 꽤 급한 내리막이어서 핀에 붙이기가 훨씬 어려웠다.


먼저, 친구가 프린지에서 어프로치로 몇 차례 연습을 마친 후 샷에 들어갔다.
공은 3~4m 지점에 떨어지더니 약한 내리막의 옆 경사를 타고 가다가 그대로 홀로 사라졌.


“오! 버디다! 고난도 내리막 옆경사에서 어프로치로 버디를 잡다니!”
모두가 친구에게 격한 하이파이브와 함께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엔 필자 차례였다.
홀까지의 거리는 친구보다 1~2m 짧았지만 급한 내리막 옆경사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2016. 5. 필자 촬영]


더욱이 친구의 버디로 배판이 되었으니, 파를 놓친다면 적잖은 대가를 치러야했다.
급한 내리막이어서 어떻게든 공이 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깊은 호흡을 내쉰 후 두어 차례 연습을 거쳐 퍼팅과 같은 어프로치 샷에 들어갔다.
어프로치 클럽을 떠난 공은 가파른 경사를 타고 홀을 향해 굴러갔다.


급한 내리막의 초입에 이르더니 구르는 속력이 만만치 않았다.
공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 4~5m는 지나고도 남을 것 같았다. 파를 잡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모두 숨죽이며 공의 방향과 속력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이 과연 어디쯤 정지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오~! 이게 무슨 일이야!
“이 어려운 라이에서 버디가 나오다니!”


필자의 공은 급한 내리막 옆경사를 타고 자연의 부름을 받아 가속하더니,
무서운 속력과 넘치는 기세로 거침없이 블랙홀에 투신했.


"아마도 버디가 되지 않았다면 보기에 그쳤을 텐데…"
급한 내리막의 수심은 어느 새 전혀 생각지 않은 행운의 미소로 변해 있었다.


친구들의 계속된 축하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수행의 고통을 지나온 골프의 꿀맛이 아니고 무엇이랴!


일찌감치 파온한 두 친구들은 프린지에서 나온 연속 버디의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그저 프린지에서 터진 어프로치 쌍버디에 경탄하면서 할 말을 잃은 채 배판의 정산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행운의 내리막 어프로치 샷은 더 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더 큰 행운의 어프로치 샷은 어떤 것이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8화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_9화 중국 쑤조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_10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_11화 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_12화 아이언 생크로 생각지 않은 나락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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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어프로치 탈출기_1화 어프로치 입스로 된통 골치를 앓다
_2화 세 가지 방책으로 어프로치 입스를 벗어나다
_3화 어프로치 샷의 거리감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_4화 뜻밖의 장타에 흥분하여 뒷땅을 치고말다
_5화 팀 플레이에서 어프로치 생크샷으로 패하다

_7화 프린지에서 어프로치 이글을 잡고 환호하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여유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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