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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_팀 플레이에서 어프로치 생크로 패하다

팀 플레이에서 어프로치 생크샷으로 패하다

by 나승복

아연실색한 어프로치 미스샷은 어떤 것이었을까?


때는 2014년 10월 안성큐CC에서 벌어진 라운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 골프장은 코스 길이가 긴 편에 속했다.

어느 파4홀은 400m에 달하여 파를 잡기 어려웠다.


동반자는 기업인들이었으며, 그 중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
모두 규모 있는 기업의 오너로서 상당한 구력과 견고한 내공의 소유자들이었다.


지인을 제외한 두 기업인은 80대 초반 정도의 핸디캡이라고 했다.

초면에 80대 초반이라면 실제 핸디캡은 70대임에도 겸양의 스코어로 얘기했을 것이다.


모두 안정된 샷으로 한 홀 한 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라운드했다.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 품격도 고상했다.


동반자에 대한 배려심이 남달랐다.
티샷 후 진심을 담아 외치는 "굿샷!"의 함성과 자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반자의 공을 찾아주는데 솔선했고, 퍼팅 때 방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자신에 대한 절제심도 출중했다.

드라이버 거리가 많이 나거나 버디를 낚을 때의 겸허한 모습도 남달랐다.


이와 같이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명랑 라운드를 하던 중이었다.

그때, 지인이 18번홀에서 이벤트를 제안했다.

2인이 한 팀을 이루고 스코어 합산으로 승부를 가르되, 진 팀이 저녁식사를 초대하기로 했다.


라운드 분위기와 집중도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팀 플레이이기는 했지만 각자의 실력과 명예를 실추하지 않겠다는 각오들이 넘쳤다.


특히, 필자 팀의 동반자는 족히 70대 중반 정도의 안정된 스윙이 돋보였다.

필자는 내심 동반자의 덕을 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마지막 홀은 320~330m로서 전반적으로 내리막 상태의 우측 도그랙 홀이었다.

그린이 눈에 들어오는 홀이어서 심리적으로 편할 수 있었으나 우측은 OB구역이었다.



[2019. 10. 필자 촬영]


전원의 드라이버 샷이 순조롭게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모두 60~70m의 어프로치 샷을 남겨두게 되었다.


세컨샷에 앞서 동반자들의 표정엔 상당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티샷보다 육중한 압박감도 남아 있었다.

80대 초반의 비슷한 수준에서 한번의 실수는 승부를 가르기에 충분했다.


상대 팀 중 한 사람은 파온에 성공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이전 홀들과 달리 파온에 실패했다.

그는 공이 그린 앞 5~6m 지점에 정지한 걸 보고 몹시 아쉬워했다.


이제 우리 팀의 차례가 되었다. 필자가 먼저 세컨샷에 들어갔다.

내리막 경사여서 피칭을 좀 짧게 잡고 공을 끝까지 보아야 한다는 점을 되짚었다.

다행히 핀에서 5~6m 거리의 파온에 성공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팀 동반자의 차례가 되었다. 그가 파온에 성공한다면 유리한 승부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몇 차례 어프로치 연습샷을 반복한 후 스윙에 들어갔다.


앗! 어찌 이런 일이!
동반자는 생크샷을 확인하고 아연실색했다.

게다가, 공이 우측 OB구역으로 사라지면서 황당한 표정에 말문이 막혔다. 필자를 쳐다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장 순조로울 때가 가장 위험한 때이다.”
골프 격언이 우리 팀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승부는 그렇게 끝났다.

한 홀 승부에서 세컨샷이 OB구역에 들어갔으니 만회할 길이 없었다.


라운드 후, 우리 팀의 동반자는 민폐를 끼쳤다고 자책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갔다.

필자가 동반자를 위로했으나 이미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저녁 식사는 우리 팀이 기꺼이 부담했다. 동반자의 무거운 표정은 쉬 가시지 않았다.

아마도 동반자에겐 식대보다 훨씬 높은 가치의 명예 실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듯했다.


그럴 만했다.

동반자가 식사 중에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바로 전날의 스코어 카드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75타로 적혀 있었다.


그 동안 소개한 어프로치 입스도, 뒷땅이나 탑볼도 필자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 희열과 쾌재의 순간들이 적잖이 연출되었다.


쾌재의 어프로치 샷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6화 아이언 연습을 통해 벙커샷 이글의 행운을 얻다
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8화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_9화 중국 쑤조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_10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_11화 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_12화 아이언 생크로 생각지 않은 나락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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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어프로치 탈출기_1화 어프로치 입스로 된통 골치를 앓다
_2화 세 가지 방책으로 어프로치 입스를 벗어나다
_3화 어프로치 샷의 거리감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_4화 뜻밖의 장타에 흥분하여 뒷땅을 치고말다

_6화 어프로치로 내리막 급경사의 버디를 맞이하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여유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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