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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섭 Sep 30. 2024

게임이론의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1

청소년을 위한 게임이론 제1장 2

※ 맨 뒤에 요약이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경제학 이론


신고전파 경제학

이번 글에서는 게임이론이 왜 인기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리학이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 경제학입니다. 오늘날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은 ‘신고전파 경제학’인데, 상당히 정교한 수리적 모델을 토대로 경제 현상을 꽤 잘 설명합니다. 예컨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A가 사과보다 배를 선택하는 이유는 오로지 개인의 ‘효용’에 기반합니다.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은 수요곡선으로 나타납니다. B라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 공급곡선이 도출됩니다. 이렇게 도출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곳에서 생산량(=소비량)과 가격이 결정됩니다. 간단하지만 논박의 여지가 없는 정교한 모델입니다. 이 모델에서 개인과 기업은 모두 ‘각자’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됩니다.


고전파 경제학

이런 설명 방식이 신고전파 경제학의 설명 방식입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오늘날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입니다. 반면 아담스미스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경제 현상을 이런 식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어떤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 자본, 토지에 투입된 자원의 합계로 정의합니다. 생산비가 가격이라는 생각입니다(‘생산비설’입니다). 이 역시 그럴듯한 생각입니다. 또 한 명의 위대한 고전파 경제학자인 리카도는 '차액지대설'을 통해 가격 구성 요소에서 토지를 제외시킴으로써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을 생산비로 정의했습니다. 이런 설명 방식은 신고전파 경제학과 전혀 다릅니다. 게임이론 역시 신고전파 경제학적 사고방식과 상당히 다릅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으로는 부족하다


개인의 합리성을 기초로 세워진 학문이라는 점에서 신고전파 경제학은 좀 어려운 말로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특징으로 합니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의 ‘최적화(효용극대화, 비용극소화)’가 가장 큰 관심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미분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A라는 개인의 효용을 잘게 잘라서 마지막 한 단위 효용이 0이 될 때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논리, 여러분이 수학 시간에 배우는 바로 그 미분 개념입니다. 이 논리로 수요곡선이 만들어집니다. B라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선택은 비용 극소화를 위한 미분의 과정을 거쳐 공급곡선이 됩니다. 완전경쟁시장은 바로 이런 방법론적 개인주의가 구현되는 가상의 시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 방식은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신고전파 경제학은 지속적으로 보완되어 왔습니다.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공해 물질을 마구 내뿜는다면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기업의 합리적 행동이 사회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효용이나 이윤을 극대화하는 선택이 곧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이런 비현실성은 거래비용경제학이나 독과점이론 등으로 꾸준히 보완되고 있습니다.



┃게임이론,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한 나의 선택 찾기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게임이론은 바로 이처럼, 신고전파 경제학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설명하는 대단히 중요한 대안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홀짝게임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선택은, 홀보다 짝이 좋으냐 싫으냐 하는 효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한 나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치열한 눈치 보기, 머리 굴리기, 혹은 운이 지배하는 것이 홀짝게임입니다. 이것은 현대의 신고전파 경제학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홀짝게임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시장 개념도 없습니다. 예비군 훈련장 여기저기에 두 사람만 있어도 만들어지는 것이 홀짝게임입니다.


죄수의 딜레마게임

머리 굴리기의 대표적인 예가 죄수의 딜레마 게임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도 시장은 없습니다. 검사와 두 명의 플레이어가 있을 뿐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상대방’이 자백하는 경우와 침묵하는 경우를 고려해서 자신의 전략을 결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선택에 따라 나의 최선의 행동은 달라져야 합니다(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서론 부분이 끝나면 바로 다룰 예정입니다). 행동을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행동을 고려하라니, 자신의 효용만 극대화하면 된다고 말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상정하지도 설명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페널티킥, 차는 선수와 막는 선수

이처럼 게임이론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시장에서의 개인의 행동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게임에서 A의 행동은 A의 행동에 대한 B의 ‘최선의 반응’을 고려한 ‘최선의 반응’입니다. 페널티킥에 나선 키커와 그것을 막으려는 골키퍼를 생각해 봅시다. 아마도 두 선수의 머릿속은 상대방이 어디로 움직일 건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이 게임 역시 나중에 다룰 예정입니다). 이 선택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최선의 전략에 대해 순간적으로 최선의 반응을 하는 것만이 합리적 선택입니다. 이처럼 게임이론에서의 결과는 개인이 처한 조건과 전략,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는 상대방이 선택한 전략에 의존하게 됩니다.


협력해서 사슴을 잡을 것인가, 혼자 토끼를 잡을 것인가

홀짝게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게임 상황에 자주 맞닥뜨립니다. 루소의 ‘사회불평등 기원론’이라는 고전에는 책의 말미에 불평등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예시로 사슴과 토끼를 사냥하는 사냥꾼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게임이론을 설명하는 꽤 괜찮은 소재여서 여러 게임이론 관련 책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슴과 토끼를 사냥하는 두 명의 사냥꾼이 있습니다. 사슴은 두 사람이 협공을 해야 잡을 수 있고,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습니다. 협공으로 잡은 사슴은 둘이 나누는데 그 가치가 커서 둘로 나눠도 토끼 한 마리보다 훨씬 더 많은 몫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토끼는 잡은 사람이 독식합니다. 둘은 사슴을 협력해서 잡기로 하고 길목에서 각자 매복합니다. 이때 사냥꾼 A의 눈앞에 토끼가 나타납니다. 과연 사냥꾼 A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 게임의 결말 역시 나중에 다룰 것입니다.


이처럼 게임이론에는 일반 경제학 서적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러나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요약

경제학의 이론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개인의 효용을 중심으로 가격을 설명하지만 아담스미스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는 생산에 들어간 요소 가격의 총량으로 재화의 가격을 설명합니다. 둘 다 그럴듯합니다. 현대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 경제학은 개인의 효용을 중심으로 가격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신고전파 경제학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측면도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은 현대 경제학의 단점을 보완하는 중요한 대안이 됩니다.


게임이론에서 개인은 자신의 효용을 따지지 않습니다. 게임이론에서 플레이어들은,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은가를 따집니다. 홀짝게임에서 홀이나 짝에 거는 것은 홀이나 짝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이 말은 이 선택은 효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상대방과의 머리싸움이나 운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또 신고전파 경제학은 무수히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시장을 가정하지만 홀짝게임에 그런 가정은 필요 없습니다. 홀짝게임만이 아닙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와 막는 선수의 선택도 상대의 선택을 고려한 것입니다. 루소의 사회불평등 기원론에 나오는 사슴 사냥 이야기, 과연 포수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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