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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섭 Oct 01. 2024

게임이론의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2

청소년을 위한 게임이론 제1장 4

※맨 뒤에 요약이 있습니다.

┃게임이론 인기 비결 1, 균형


경제학적 사고의 핵심, 균형 혹은 해

앞에서 게임이론이 신고전파 경제학과 다른 점을 이야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론은 신고전파 경제학과 결정적으로 같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게임이론이 ‘균형(equilibrium)’을 찾는 이론이라는 사실입니다. 거칠게 말해서 오늘날 경제학은 경제 현상의 균형을 찾는 이론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은,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딱 의견의 일치를 보는 재화의 가격과 수량을 의미합니다. 수요공급의 원칙은 이처럼 생산량과 수요량을 일치시키는 가격이 뭐냐를 찾는 이론입니다. 공급하는 수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 하는 수량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를 쉽게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어떤 점, 즉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어떤 점에서 균형이 형성되면 그 균형은 유지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안정적 균형입니다.


최근에는 ‘이기적 유전자’나 ‘협력의 진화’와 같은 대중적 저서에서 보는 것처럼 진화 생물학에서도 게임이론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만, 원래 게임이론은 경제학의 한 분야로 발전해 왔습니다. ‘폰 노이만(Von Neumann)’이나 존 내시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이 길을 연 게임이론을 자신의 독특한 분야로 가져와 발전시킨 것이 경제학입니다. 그런데 게임이론이 경제학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게임이론의 균형 개념 때문입니다. 게임이론이야말로 복잡한 게임 상황에서 균형을 찾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론에서 균형은 ‘해(solution)’라고도 씁니다. ‘해’는 학교에서 수학 수업 시간에 많이 듣는 개념이지요?


야구장과 클래식 공연장 중 균형은?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결혼기념일 아침 따로 출근하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내는 모처럼 밖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시간만 정하고 만날 장소는 나중에 정하기로 했는데 휴대폰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서로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상대의 생각을 추측해서 어디론가 가야 합니다. 엇갈리면 보수는 0입니다. 만나면 보수가 있는데, 어디서 만나느냐에 따라 누구의 보수가 더 높은지 결정될 것입니다. 야구장에서 만나면 남편이, 공연장에서 만나면 아내가 더 높은 보수를 받을 것입니다. 이때 이들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물론 이 게임에도 균형은 있습니다.



┃움직이면 죽는다=내시균형이다


게임이론에서 균형 혹은 ‘해’는 합리적인 플레이어라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조합을 말합니다. 그렇게 선택된 전략조합에서 움직이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누구라도 더 이상 움직일 이유가 없다면 그 전략조합이 균형입니다. 남편과 아내 둘 중 누군가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른 한 사람도 자신의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이 상황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유지될 것입니다. 안정적인 균형입니다. 이런 상황을 특별히 ‘내시균형’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자신도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경제학에서 게임이론이 유용한 분석 도구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균형의 존재 때문입니다. 균형 개념이 없다면 게임이론은 경제학과는 무관한 이론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학자였던 내시가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최초로 받은 이래 일곱 차례나 게임이론을 연구한 학자들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게임이론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게임이론의 무궁무진한 활용: 협상, 투자, 물류, 투표, 소송, 생물의 진화, 그리고 AI까지

균형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게임이론은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협상이나 투자, 물류와 같은 경영학 분야에서도 게임이론은 광범위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투표나 정당 간의 협력을 다루는 정치학, 환경문제를 다루는 사회학, 소송에서의 화해를 다루는 법학, 그리고 생물의 진화를 다루는 진화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게임이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게임이론은 매우 중요한 기본기가 될 것입니다.



┃게임이론 인기 비결 2, 수학적 엄밀성


게임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폰 노이만은 헝가리 출신 이론물리학자였습니다. 폰 노이만과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모르겐슈테른(Oskar Morgenstern)’이 1944년에 쓴 “게임이론과 경제적 행태(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는 게임이론에 대한 최초의 저작입니다. 게임이론에 가장 위대한 공헌을 한 것은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수학자 존 내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게임이론은 수학적 토대 위에 만들어진 이론입니다. 게임이론이 많은 학문 분야에서 환영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수학적 엄밀성 때문입니다.


반면,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게임이론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쉽게 썼다고 말하는 책조차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식과 그림(매트릭스, 트리)이 사용되는 것도 게임이론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학문의 엄밀성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수리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일반인에게는 걸림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론은 균형의 개념과 학문적 엄밀성 때문에 경제학은 물론 많은 학문 영역에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 분야에까지 게임이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공지능이 대규모 학습에 의존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대규모 학습이 없어도 수많은 대안 가운데 내시균형을 탐색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요약

‘이기적 유전자’나 ‘협력의 진화’와 같은 대중적 저서에서 보는 것처럼 진화 생물학에서도 게임이론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만, 원래 게임이론은 경제학의 한 분야로 발전해 왔습니다. 게임이론이 경제학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게임이론의 균형 개념 때문입니다. 경제학은 균형을 찾는 학문입니다. 수요공급의 원칙은 생산량과 수요량을 일치시키는 균형점에서의 가격을 찾는 이론입니다. 균형이 형성되면 그 균형은 유지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안정적 균형이 됩니다.


게임이론에서 균형 혹은 ‘해’는 합리적인 플레이어라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조합을 말합니다. 그렇게 선택된 전략조합에서 움직이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누구라도 더 이상 움직일 이유가 없다면 그 전략조합이 균형입니다. 이런 균형은 특별히 내시균형이라고 부릅니다. 균형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게임이론은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협상, 투자, 물류, 투표, 소송, 생물의 진화, 그리고 AI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게임이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의 창시자는 폰 노이만이라는 수학자입니다. 게임이론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존 내시 역시 수학자입니다. 따지고 보면 게임이론은 수학적 토대 위에 만들어진 이론입니다. 그런 수학적 엄밀성이 게임이론 인기의 또 하나의 요인입니다. 물론 그래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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