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면 뭐라도 시작해야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이 늘 똑같던 어느 날 새벽 집 앞을 걷다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뜬금없나요? 사실 자주 생각을 했어요 늘 마음속에 불안을 안고 살기 때문에요. 현재 불행하다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아니지만 종종 예전의 힘듦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더 깊게 생각이 났습니다. 저의 불안은 경제적인 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20대, 제 기억으론 100만 원 아니 200만 원 정도였나?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어찌 되었든 서울에서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반지하 월세를 얻었습니다. 그 집은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을 쓰게 되면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밖으로 내보내야 했고 샤워나 화장실 사용은 밖으로 나가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만약 반지하 부엌에서 머리를 감거나 샤워할 경우 펌프가 물에 잠겨 고장이 나게 되고 집안은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때 당시 물가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대책이 없었던 것인지 집을 얻고 난 후 남은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했기에 작은 밥통을 사고 1kg씩 소포장된 쌀 한 봉지 그리고 김을 겨우 구입했습니다. 자취방을 구하는데 저의 전 재산을 쓴 거나 마찬가지였죠. 쌀쌀한 초겨울 밤 이제 자야 하는데 이불은 아직 본가에서 가져오기 전이고 춥지만 기름보일러에 기름 넣을 돈은 없고 그래서 냉방에 옷을 펼쳐 깔고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자취 첫날밤을 보내고 바로 일용직 막노동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돈이 필요했고 1kg짜리 쌀은 아무리 아껴 먹어도 이틀이면 한 톨도 남지 않게 됩니다. 일용직 용역을 찾게 된 이유는 그날 일당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점심도 주고요. 그렇게 보름이 지날 즘 한 달짜리 일이 들어왔습니다. 용역업체 사장님 말로는 바로 정산을 할 순 없지만 월급으로 한 달 뒤에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당시 내 기억으로는..) 하지만 한 달이 넘어갈 즘 공사가 끝나야 정산해 준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믿었습니다. 어차피 두 달이면 끝나는 일이라 믿었습니다. 두 달이 되어 소속된 용역업체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받지 못하고 용역업체 사장은 바뀌어 있었고 임금은 다 지불되었다고 하였습니다.(몇 명 빼고는 한 달 치는 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본가인 울산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때의 힘듦은 추억이기도 했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웃음만 나와요... 그리고...
내 생의 최고의 힘듦은 사업을 할 때였습니다. 무리하게 결혼을 했고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사업은 잘되지 않고 집에 돈은 가져가야 하고 그래서 아내 몰래 대출을 받아 월급이라고 하며 주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빚은 늘어만 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순간에 아내가 알게 되고 난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아내에게는 정말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지어 눈까지 풀리고.. 인생에서 최고의 고통이었습니다. 결국 부모님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때 동업 형식으로 사업을 운영하였는데 저만 그만두기로 하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로 아내와 약속하였습니다. 마음은 홀가분했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고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의 불안과 걱정은 그때로 다시 돌아가진 않을까 지금도 생각하며, 힘들게 글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제 괜찮다고 했지만.. 저는 지금도 불안과 속죄하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왜 아직도 그런 생각..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는 걸까? 왜 난 늘 불안할까? 지금은 그리 걱정할 일도 불안할 일도 없는데
여전히 저는 그때의 기억만으로도 불안해합니다.
변화나 성장은 자신의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은 자기개발서를 보고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변화하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가끔 유튜브를 보고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현재 일상은 평안하지만 평안은 다시 나에게 불안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불안은 나를 눕히기도 했고 일어서게도 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지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이번에 찾아온 불안은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뭔가를 시작해야 했어요 마음은 급해지고 의지는 강하게 나를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내 가슴은 뜨거워졌습니다. 불안을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 행복한 여러 가지 상상도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풍족한 삶을 사는 모습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고.. 벌써 꿈을 이룬 것처럼 실없이 웃음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소소하지만 정말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막연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라도 해야 해서 처음엔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가 성장과 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이번엔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순 취미 활동 정도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불안은 나에게 의지를 갖게 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용기도 주었어요. 그렇게 나의 불안은 나를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삽니다. 그 불안을 연료 삼아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뭐든 좋습니다. 저처럼 책 읽기부터 시작하여도 좋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좋습니다. 불안을 잘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불안을 잘못 사용할 경우(걱정과 생각만 하는 경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전에 제가 실패했던 것처럼 불안에 힘이 빠져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거나 미디어 기기에 빠져 헛웃음만 지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불안을 연료 삼아 의지를 불태우시길 바랍니다.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