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 변화하기로 했다면... 달라지기로 정했다면 우선 과거 청산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죄책감을 갖거나 자기 책망을 하지 않고 ‘아~ 내가 그랬었지’ 하는 정도로 가벼운 반성 정도만 해야 합니다.
예전에 저는 자책만 하다 아무것도 못한 적이 있는데 너무 과한 자책은 죄책감과 무기력을 낳을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 용서하는 시간 즉 나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하시고 하나씩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저의 과거청산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기고 저의 시간만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싫어하는 일도 참 많이 했습니다. 잠을 잘 때 미디어 시청을 하는 것도 아내가 엄청 싫어했지만 말로만 ‘알았어!..’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미디어를 시청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첫째 아이는 거의 장모님이 키우셨는데 주말에 처갓집에 가면 빨리 집으로 가서 내 시간을 가지려 했고 떠날 때 아이가 울어도 그때만 마음이 찌릿하고 도착해서는 내 시간을 가졌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한 것 같네요.) 아내가 집안일을 할 때도 도와주기는커녕 내 할 일이 바쁘다거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도와주지 않았으며, 그래서인지 결국 아내는 우울증 가까이 갔습니다.(우울증이었을지도) 그때도 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과거청산을 위해서는 수용의 자세도 필요합니다.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을 때 늘 변명을 하며 짜증 섞인 말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불을 끄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들었을 때 '100번 중에 3~4번 안 껐다고 안 끄는 사람으로 취급하냐'라며, 역정을 낸 적도 있는데, 그러면 아내는 입을 닫아버리곤 했습니다. 사실 화장실 불 끄는 것은 자주 까먹긴 했습니다.
수용의 자세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핑계를 대고 그러면 상대는 입을 닫아버려요. 그래서 이번엔 '수용하자'하며, 속으로 생각하고, 아내에게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인지하지 못한 잘못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청산을 위해 꼭 물어야 했고 사과해야 할 일은 꼭 사과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바뀌겠다는 다짐과 용서가 같이 동반되어야 과거청산이 이루어집니다. 평소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면 행동으로 보여주고 다시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또 얼마나 가겠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먼저 보여주세요.)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아는 잘못 말고 아내가 바라본 나의 잘못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역시나 화장실 사용 후 불 끄지 않고, 음식물(과자봉지 등) 먹고 바로 치우지 않고, 옷은 여기저기 걸어놓고 심지어 틈 사이에 끼워 놓고, 청소를 잘하지 않고 물건도 제자리에 두지 않고 등(저의 아내는 청소에 진심인 듯합니다.)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담배(이 부분은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불편합니다.) 세세하게는 너무 많아 점점 수용의 단계를 넘어서 핑계를 대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참아야 했습니다. ‘맞아 그랬어’하고 아내 말에 공감을 해야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잘못된 것들을 고쳐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말로만 ‘다시는 안 그럴게’하면 안 됩니다. 자신을 너무 믿지 말고 그런 잘못을 하지 않을 장치를 만들어 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릅니다. 나의 아내는 도움을 원하는 성향을 가졌고 그에 반해 저는 인정을 바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설거지 한번 한걸 가지고 칭찬을 해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곤 했습니다. 어린아이 같지만 그런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물 같은 걸 바라는 사람도 많고 각자 좋고 싫음이 다 같지 않아요. 그래서 난 아내에게 헬퍼로 멋진 아빠가 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며칠 전 물어봤을 때 게임을 시켜달라는 등 수용할 수 없는 답변들을 술술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이들에게는 친절한 아빠 그리고 육아와 양육에 대해 더욱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중간 정산 차원에서 과거를 한 번 더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많은 것을 들었지만 아내는 아직 많은 것을 말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으며 나 또한 여전히 바뀌어야 하는 것들을 여전히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집행유예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아직 완벽히 과거를 청산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을 하고 나니 일단 마음도 편하고 어느 정도는 용서를 받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제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물론 다시 같은 실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나로 다시 돌아가면 안 되겠죠? 나의 과거청산으로 면죄부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TIP. 과거청산 목록 리스트를 작성해 보시면 어떨까요?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자와 대화도 나눈 뒤 목록을 작성하면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갈지를 알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