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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해주는 대체불가능한 존재

반려는 꼭 동물과 배우자일까?

학교 수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전시가 있다. <반려하다 : 반짝이는 너와 나의 순간들>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가 정한 반려의 재정의는 "나를 위로해주는 대체불가능한 존재"라고 정의를 내렸다. 사실 이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하게 된 것은 내 의사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정하게 된 주제였는데, 전시를 위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니 재밌는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반려라는 단어를 반려자라고 부부관계에서 많이 사용하였는데, 요즘 들어서는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돌 등 다양한 무언가에 반려라는 단어를 붙히는 것 같았다. 그럼 사람들이 왜 이런 무언가에 반려라는 단어를 붙힐까에 고민을 해본 결과 이러한 무언가는 결국 나를 위로해주는 대체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전시는 나를 위로해주는 대체불가능한 존재들을 모아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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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하나의 반려동물과 10년이 넘게 살아가고 있었다. 중학생 2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아버지가 문득 저녁에 강아지 한마리가 온다고 폭탄 선언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를 제외하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소식이었는데, 아무도 강아지와 함께 살아본 적 없던 네 식구에 하나의 식구가 추가되어 다섯 식구가 된 순간이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작고 귀여운 생명체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대구에서부터 박스에 실려서 대전까지 온 시츄 한마리가 담긴 박스를 들고 집에 걸어오는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하는 순간일 것이다. 작았지만 그 박스는 무엇보다 무거운 무게였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다섯 번째 식구의 이름은 '팡이'라고 지었다. 팡이는 똑똑했고,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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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고, 행동이 인간과 달랐고, 사람의 손이 없으면 집에서 살아가기 힘든 그런 존재였다. 우리는 이 어려운 존재를 사랑으로 함께 살아갔다.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아직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가끔 물기도 하는 그런 존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재밌는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감정과 생각이 통하는 순간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표정과 행동만 봐도 밥을 달라는 것인지 물을 달라는 것인지 표현을 했고, 우리는 그 표현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예민해보이는 표정, 힘든 표정, 기뻐하는 표정 등 강아지의 표정을 읽기 시작했고,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 뿐 아니라 팡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화를 내거나, 좋아하면 우리 눈치를 파악하고 한쪽 구석으로 도망가거나 꼬리를 흔들거나 했다. 이렇게 팡이는 우리 식구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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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전에 팡이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는 소리를 뒤늦게 알게되었다. 부모님께서 우리가 걱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하지 않은 것이라 추측된다. 어느 날 아침부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고나서 이상증상을 어머니께 전달하여 병원을 가기 기다리던 중에 모든 몸이 굳고, 침을 흘리고,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때 너무 놀라 예약시간보다 빨리 병원에 데려가니 큰 병원을 가야한다는 소리에 모든 검사를 마치게 되었다. 팡이는 시츄들에겐 희귀병같은 병이 하나 있었는데, 간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기 전에는 젊기 때문에 근육이 간의 역할을 대체해줬는데, 나이가 들고 근육이 줄어들으면서 간과 주변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다리가 굳고, 시야를 잃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 시야는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보이고, 다리도 걸어다니기 무리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 걸어도 힘들어하고, 방 안에서 금방 주저앉는 모습은 마음이 정말 아프게 느껴졌다. 낮잠 자는 것을 좋아했던 팡이가 그렇게 잠을 못자는 모습을 보고, 나는 "혹시 눈이 안보이던 순간이 무서워서 낮잠을 잘 못자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 뒤척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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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팡이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가끔 경련이 일어나고, 다리가 살짝 불편한 것 외에 간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일 것 이다. 간이 기능을 제대로 못해 고기와 같은 단백질 종류는 평새 못먹게 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스갯 소리로 초식동물이 되었다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자기도 달라고 낑낑대는 팡이의 모습에 더 이상 우리는 고기를 줄 수 없게 된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다행스러운 것은 군고구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구마를 주지만 우리 모두 팡이에게 고기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이가 들고 몸이 좋지 않은 팡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준비하던 <반려하다 : 반짝이는 너와 나의 순간들>가 생각이 나게 되었다. 특히 우리 주제가 절묘했다고 느끼는게, 우리 팡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되었을 때 팡이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만약 또 다른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우리 식구는 다섯 번째 식구가 아니라 여섯 번째 식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무엇도 우리의 팡이를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니 이번 전시는 나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하게된 사람들에겐 큰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팡이가 딱 10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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