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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Nov 10. 2021

안전벨트와 코로나 백신

사문화된 법과 없지만 적용되는 법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마치고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다.


빨간 버스를 타고 경기도에 있는 친척 댁에 방문하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당시 나는 벨트를 하고 있었지만 광역버스 대부분이 그렇듯 벨트를 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내가 걸어서 구급차에 탈 때 어떤 사람들은 구급요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탔다.


당시만 해도 핸드폰이 없었던지라 집전화를 알려주고 다시 유유히 목적지로 가서 "응, 교통사고 때문에 늦었어"라고 말하고는 그냥 잘 놀다가 왔다. (지금 멘탈로는 상상조차 못할 일)


그 이후로 나는 항상 벨트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었고, 아직 잘 정착되지 않는 것 같은 뒷좌석 안전벨트도 매우 잘 지키고 있다.


요새도 가끔씩 광역버스를 타고, 회사에서 출장을 갈 때 택시도 종종 탄다.


그런데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안전벨트를 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내가 착용하더라도 주변 사람이 안전벨트 안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나는 안전벨트를 하고 있더라도 주변 사람이 안하면 그 사람이 나에게 튕겨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벨트는 나와 다른 사람을 지키는 것이지만 지키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하지 않는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지도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다르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은 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다. 젊은 층이야 맞으나 맞지 않으나 어차피 치명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지만 (그러나 중증화율은 꽤 큰 차이가 난다) 고령층의 경우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 간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출처 질병관리청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감염의 확률을 조금은 낮춰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백신이 안전밸트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효능이 좋은 것 같기는 하다. (안전벨트 하더라도 교통사고 발생을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맞지 않으면 죄인이라거나, 백신 맞지 않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함이라지만, 위험의 보호를 위한 방법이 자유의 제한이라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이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어두웠던 그 시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식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각종 기본권을 제한하던 모 대통령과 본질적으로 같은 사고이기 때문이다.


최근 덴마크에서 코로나 패스를 재도입했다는 소식도 개인적으로는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만 이렇게 이상한 건 아니라 정말로 뉴 노멀이 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웨덴의 공중 보건국이 코로나 패스를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사무총장은 겨울의 확산으로 규제가 다시 도입된다면 백신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함께 도입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안데스 테그넬 국가 역학자 또한 같은 입장이다.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함께 섞여 사는 세상에서 미접종자들만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 웃긴 일같기도 한데, 스웨덴의 조치가 오히려 특이한 조치가 된다는 점은 코로나19 시대가 정말로 "뉴 노멀"의 시대임을 실감하게 한다.

차별과 혐오는 안된다는 "올드 노멀"에 머물러 있는 내가 아직도 바뀐 노멀을 인정하지 않는 뒤떨어진 인물인 걸까.

스웨덴 공중 보건국 사무총장,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나는 나름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 백신도 맞았고 안전벨트도 한다.


안전벨트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백신 또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의 접종은 선택에 남겨져 있어야만 한다.

지키지 않으면 범칙금을 내야하는 안전벨트 미착용보다 훨씬 더 자유의 영역에 남아야만 한다.


백신 왜 맞지 않느냐고 눈치주는 사람들을 말리고 어떻게 하면 자발적으로 접종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나서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배제를 조장하고 혐오를 방치하는 모습은 낯설고 어색하기까지 하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에 같이 때리기로 결정한 건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3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특히 어린이에게 안전벨트를 하도록 하지 않은 경우 운전자에게 6만원의 벌금을 부과시킨다고 한다.


이만큼이나 안전벨트 착용은 강제규정이지만 딱히 지키는 사람은 없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승차거부를 당하지는 않는다. 영업용 차량의 경우 착용 여부와 관계 없이 운전자가 벨트 착용을 권고했다면 벌금이 면제된다는 점에서 사문화된 법이라고까지 생각된다.


그런데 명목상 자유에 맡겨져 있다는 백신 접종은 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음은 물론 헬스장, 클럽 등 각종 사회활동에서 배제된다.

우리 사회를 차량으로 비유한다면 하차명령을 받는 셈이다.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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