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 추천입니다. 넷플릭스에 <욘욘+엘리자베트>(원제: Vinterviken, 빈테르비켄)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만난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K-드라마나 영화에도 아주 많습니다.
<빈테르비켄>은 여자 대신 남자가 가난하다는 설정이 붙어 있는데요,가난한 남자가 부자 여자를 만나는 것 또한 송혜교와 박보검이 주연이었던 <남자친구> 등 한국에서도 익숙한 스토리죠?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TVN 드라마 <남자친구>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은 캔디같은 인물입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마침내 좋은 기업에 입사함은 물론 사랑까지 쟁취합니다. (부럽네요..)
하지만 사실 우리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너무나도 어렵죠.
<빈테르비켄>은 스웨덴 영화지만, 동화 속 이야기같은 <남자친구>보다오히려 더 우리 현실과 조금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빈테르비켄의 주인공 욘욘(오른쪽)과 엘리자베트(왼쪽)
이민자 출생인 욘욘과 스웨덴의 상류층 엘리자베트는 스톡홀름을 가르는 빈테르비켄이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과 강북의 격차 이상으로(요새는 강북 부동산도 다 비쌉니다 ^^;) 빈테르비켄을 사이에 둔 양쪽의 격차는 매우 큽니다.
한쪽에서는 스웨덴 태생의 부자들이 정원이 딸린 넓은 단독주택에서 엘리자베트가 살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다양한 출신성분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욘욘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피나는 노력으로 송혜교가 운영하는 호텔 입사에 성공했듯,
<빈테르비켄>의 욘욘 또한 우수한 성적 덕분에 상류층들이 주로 다니는 연극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섞일 일이 없을 것 같던 욘욘과 엘리자베트는 연극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사랑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회적 계급 차이는 사랑에 장애가 됩니다.
욘욘의 친구들. 모두 출신성분이 다릅니다.
욘욘의 친구들은 의리가 넘치고 서로를 둘도 없이 생각하지만, 생계의 어려움에 범죄를 저지르고는 합니다.
그러던 중 욘욘의 친구 슬루고는 빚을 갚기 위해 훔친 시계를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욘욘에게 잠시 맡기는데요,
욘욘은 엘리자베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 시계를 차고 갔다가 강도를 당합니다.
욘욘과 엘리자베트는 서로 사랑하지만, 그들에게 사회적 계급의 벽은 너무나도 높습니다.
시계를 팔 수 없게 된 슬루고는 빚 때문에 자신이 살해당할 수도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욘욘을 용서하지만,
욘욘은 슬루고가 필요한 돈을 마련해주기 위해 학교에 침입해서 비품을 훔치는 선택을 하고,엘리자베트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학교에서 도망칩니다.
두 개의 세상과 하나의 사랑이라는 부제처럼, 이 둘은 과연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복지천국 스웨덴>의 허상
<빈테르비켄>의 OST, Viktor Leksell의 Eld & lågor
우리 나라에서 스웨덴이 가지는 이미지 중 하나는 복지천국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웨덴이라는 국가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묘사됩니다.
빈테르비켄 사이의 두 마을은 강남과 강북의 차이를 아득히 뛰어넘는 빈부격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욘욘과 욘욘의 친구들 또한 스웨덴어를 구사하는 스웨덴인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트만을 "스웨덴인"으로 부르고, 자기들을 딱히 스웨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욘욘의 친구들과 엘리자베트(중앙에서 바로 왼쪽). 유일하게 스웨덴 태생의 인물입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이는 스웨덴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은 스웨덴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소득수준이 낮습니다.
난민이 아니더라도 북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가령 동유럽 출신 노동자 등)도 스웨덴 원주민에 비해 소득과 자산이 유의미하게 낮습니다.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지만, 원주민과 이민자 사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해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욘욘을 용서할 정도로 의리를 지키지만,
한편으로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슬루고는 스웨덴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인물입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SNÖÄNGLAR>와 마찬가지로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의 이미지는 사실 허상에 가까우며, 이 영화에서도 스웨덴의 현실은 아프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욘욘의 담임 선생님은 학교의 물건을 훔쳐 도망친 욘욘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스웨덴 태생이 아니었고, 상류층 출신이 아니었던 그가 잘 졸업해서 사회의 편견을 깨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스웨덴 공중보건청(Folkhälsomyndigheten)의 사무총장(우리나라의 정은경 청장 위치입니다)으로 취임한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은 "전염병이 출신과 소득에 따른 공중보건의 격차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했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을 자신과 공중보건청의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삼을 것"이라는 취임사를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피해는 스웨덴 태생보다 이민자 배경의 스웨덴인이 더 크게 입었습니다)
공중보건청의 신임 사무총장 취임 정부 기자회견. (좌) 사회보건부 레나 할렌그렌 장관, (우)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아래는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완벽한 사회는 없지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욘욘은 경찰에 잡혀가고, 엘리자베트는 욘욘이 타고 가고 있던 경찰차를 강제로 세운 후 욘욘과 함께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타게 됩니다.
그리고 경찰차에서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역시 사회적 계급 차이로 부침을 겪었지만 박보검과 송혜교가 다시 이어지며 결혼을 통해 박보검의 신분이 상승하는 "꽉 막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남자친구>와 달리,
서로 사랑을 확인했지만, 욘욘과 엘리자베트 모두가 경찰서로 연행됨으로써 엘리자베트의 신분이 추락하는 것에 가까운 <빈테르비켄>의 결말은 개운하지 못합니다.
성공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박보검과는 달리, 욘욘은 사랑은 이어가지만 성공하지는 못한 것이죠.(오히려 실패에 가깝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아주 힘들죠? 그런 점에서는 사실 <빈테르비켄>이 <남자친구>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생각보다 밝지 않습니다. 스웨덴의 현실도 밝지 못합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사회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모두가 노력할 때 우리 사회는 더 좋아집니다.
친구의 실수를 용서해준 슬루고처럼, 제자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선생님처럼, 소득에 따른 건강 격차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