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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Jan 04. 2022

EU 녹색분류체계 원전 포함,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하자

그럼 탈원전이 이루어진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가 발표되었습니다.


녹색분류체계란 개인이나 기관투자가가 기업에 투자할 때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라인으로서,

가령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거나, 기업의 경영 과정에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등 소위 ESG 경영에 반하는 기업의 경우 녹색분류에 의하여 적절한 투자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녹색분류체계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그 영향은 매우 큽니다.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주가가 내려가서 기업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이는 신규 투자에 걸림돌이 됩니다.

나아가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노동착취가 일어난다는 것을 이유로 아디다스와 H&M 등에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 구매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판매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탈원전을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K-Taxonomy에서 원전이 빠졌습니다.

즉, 한국에서 원전은 녹색산업이 아니며, 원전과 관련되어 있는 기업은 기관 투자금을 유치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의 Taxonomy 초안에는 원전이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초안에 포함되었다는 것에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겁니다.


만약 한국은 빠지고, 유럽은 포함된다면 유럽의 원자력기업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를 받으며 기술개발, 신규 발전소 건설 등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한국의 기업은 투자를 받지 못해 신규발전소 건설 등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을 고려할 때 투자없이 단독으로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죠?)


때문에 원전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영화 하나 보고 탈원전을 결정했다"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요지는 "잘 나가던 원전 산업을 죽쒀놓은 것으로 모자라 관에 대못 박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녹색분류체계를 결정할 때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원전의 경우 무조건 녹색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고,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계획과 장소, 자금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어떤가요?

얼마 전 방사성폐기물 저장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지역민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합니다.

원자력발전소 옆에 사는 것도 불안한데,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까지 이고 살아야 한다니 그 불만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이 폐기물을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어떤 장소도 딱히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쓰레기매립장 하나 건설하는 것도 어려운데, 방사성폐기물 보관장을 건설해야 한다면 어느 지역이 선정되든 극한의 갈등이 벌어질 것임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유럽 수준의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녹색 원전은 태어나기 힘들 겁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영구처분장 건립 계획이 있는 곳은 스웨덴의 외스트함마르와 핀란드의 온카로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거의 처음 포스팅은 <White Wall>이라는 드라마 리뷰였습니다.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인데요,


결말은 영구처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서 적어도 스웨덴 북부는 멸망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리뷰 중 "스웨덴 녹색당의 비밀자금을 받은 것 아니냐"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드라마 <WHITE WALL> 결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엄청난 갈등으로 영구처분장을 건설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유럽도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추가했는데 한국은 탈원전때문에 멀쩡한 원전 산업을 죽인다"라는 비난이 있습니다.

유럽을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도 빨리 탈원전 미몽에서 깨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집어넣으라는 제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그들의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저는 한국이 유럽연합을 벤치마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수준의 조건을 붙여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넣는다면 결국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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