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김부겸 국무총리가 "용기 있는 결단"을 언급하며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확정 및 발표는 18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사적모임 8인, 영업시간 오후 10시, QR코드 폐지, 방역패스 유지"라는 세부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도 정점이 꺾여갈 때 완화 논의를 시작했다. 피크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완화하는 데가 어딨느냐"라고 정부를 비판했고,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또한 비슷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외국은 정점을 확인한 후 거리두기를 완화했을까요?
스웨덴 언론 svt에 따르면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방역을 완화하였으며 영국 또한 방역을 완화하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재갑 교수 등의 주장은 대체로 거짓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노르웨이: 정점 확인 이후 정체 추세에 있던 상태에서 제한 완화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정점 확인을 하지 않고 제한 완화 (덴마크는 정체추세, 나머지는 상승추세)
특히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3배, 높게는 6.5배 이상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서도 제한을 완화하였으며, 핀란드와 영국 또한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한 감염자 수준에서 제한을 완화하였습니다.
다만 핀란드와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한 제한(핀란드18시까지 영업, 네덜란드 영업 금지)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제한(핀란드 21시까지 영업, 네덜란드 22시까지 영업)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리고 제한을 완화한 이후에도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급격한 감염 확산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 네덜란드의 경우 그동안 봉쇄 수준으로 사회를 폐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임이 가능해지며 감염확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 다른 국가들은 21시까지 영업이 가능했던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이미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제한 해제에 따라 감염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제한 완화 이후 감염이 증가한다고 해도 제한 완화의 탓이라고 해석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 스웨덴의 경우 제한 해제 이후 감염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이는 고령층과 의료진 등을 제외하고 검사를 더 이상 실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스웨덴은 "감염 확산이 더 크게 증가할 것이지만 오미크론의 심각성은 이전 코로나19에 비해서 높지 않으며, 고령층 등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절대 다수가 부스터샷을 접종하여 강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통제의 역효과가 통제의 효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하는 등 감염 확산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제한을 해제한 것에 가깝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피해는 매우 큽니다. 제한을 영원히 지속할 수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제한을 완화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아프면" 가급적 집에 머무르며 쉬고, 많이 아프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등 증상이 있을 때는 권고에 따라 행동해야겠지만, 적어도 "건강할 때는" 자신이 생각하는 위험의 크기만큼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받아야만 합니다.
어떤 제한조치를 해제하거나 강화할 때에는 "외국이 어떻게 했는지", "정점이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료체계의 여력이 남아 있는지를 고려해야 하며, 사회 전체의 비용을 생각해서 통제조치가 필요한지를 검토해야만 합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면 안되는 것처럼, 통제조치는 그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만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제한 완화를 반대하는 의료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의 "방역 최전선"에서 환자를 위해 싸우는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세상에는 다른 직업에서 저마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영업자 또한 코로나19의 "경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때문에도 힘들었지만, 코로나19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통제조치 때문에도 힘들었습니다.
통제조치의 이익과 비용을 잘 따져서 합리적인 결론이 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