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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Sep 03. 2021

위드코로나 준비, 생활치료센터 운영종료로 시작하자

생활치료센터, 왜 위드코로나의 장애물일까?

오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실에서 재미있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K방역 2.0 준비를 위한 국회 간담회"라는 주제였는데요,

제가 코로나 정책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무척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시간이 있으신 분은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의견도 있었고, 다소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짧긴 했지만 중요한 것이 언급되었는데요,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담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자세히 한 번 알아볼까요?


1. 생활치료센터, "위드 코로나"의 물리적 장애물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인프라는 무척 훌륭하죠?

스웨덴의 공공 의료는 대기시간이 길고 특유의 비효율성으로 굉장히 유명하지만(인터넷 후기를 보시면 수많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만나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한국은 빨리빨리의 나라답게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 인프라가 무척 효율적이어서 잘 모르셨겠지만,

우리나라 의사의 절대적인 수는 그닥 많은 편이 아닙니다.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로 보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 힘이 되는 평생 친구, 보건복지부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의 수는 OECD 평균보다 낮지만, 효율적인 시스템 덕분에 회피가능사망률이 낮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우리나라는 의료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효율성으로 피할 수 있는 죽음(가령, 조기 발견했다면 치료할 수 있는 암, 빨리 치료받았다면 살 수 있는 교통사고 환자 등)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소위 "일당 백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한국이죠?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말하면 적은 수의 의료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공해주는 의료서비스는 별로 없습니다.

검색 도움: 생활치료센터 후기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네이버 검색화면으로 연결됩니다. 몇 가지 후기가 소개되니 시간이 있으시면 읽어보시면 됩니다.)


간호진과 의사가 대기하고는 있지만, 모든 진료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의 특성상 면역력으로 극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정도밖에 못하는거죠.

사실상 "치료"보다는 "격리"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진료의 특성상, 사실 의료진은 인터넷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심지어 한국 밖에 있어도 될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죠?

사실 격리를 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귀한 의료진 대신 의료지식이 별로 없는 제가 가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생활치료센터에 가면 모르는 사람과 한 방을 쓴다거나, 퇴소할 때 소지품을 모두 불태워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불편하죠? (굳이 저를 만날 필요도 없구요 ^^)

그렇다면, 그냥 집에서 격리해도 되지 않을까요?


사실 생활치료센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입니다.

스웨덴의 경우(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다른 유럽국가들 모두) 확진을 받으면 일단 집에서 격리를 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112 또는 1177로 전화해서 병원으로 입원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지요.

생활치료센터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투입되는 의료진이 없고,

때문에 "확진자"가 아닌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 의료진은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별다른 의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 생활치료센터보다는 정말로 의료진이 필요한 병원과 집중치료실 등으로 의료진이 투입되어야 하는 필요성은 오히려 타국보다 더 큽니다.


특히 젊고 건강한 사람들일수록 코로나19의 경험이 무증상이나 감기와 유사한 경증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위드코로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확진자"에서 "중증환자/사망자"로의 전환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하는 것보다는 무증상 또는 경증은 자가격리를 하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 한하여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낫습니다.


며칠 전, 정부와 보건의료노조와의 막판 협상 타결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철회되었죠?

관련 뉴스: "겨우겨우 1년 반을 버텼다"…전국 의료 최일선 총파업 초읽기 | 연합뉴스 (yna.co.kr)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상시국인 점을 고려해 인력 부족 상황에서 겨우겨우 1년 반을 버틴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말이면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의료인들이 느끼는 의료체계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고,

우리의 의료체계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서 최적화와 효율화가 필요합니다.

크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확진자를 위해 귀중한 의료인력을 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의료체계 확충을 위해 생활치료센터가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종료를 통해 생활치료센터에 투입된 의료인력들을 병원으로 재배치시킴으로써 확진자가 아니라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의료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2. 생활치료센터, "위드 코로나"의 심리적 장애물이다


우선, 이 부분을 읽기 전에, "위드코로나"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여전히 "제로 코로나"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현실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해드린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포스팅: 코로나19 vs 백신 접종, 무엇이 더 위험할까?

간단하게 요약해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는 몰타와 아이슬란드 모두 우리나라보다 인구대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습니다. 돌파감염과 미접종자 감염이 있기 때문에 제로 코로나는 중국처럼 "영원한 봉쇄"를 하지 않는다면 오지 않습니다. 영원한 봉쇄보다는 코로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게 낫겠지요?


코로나는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다만, 아무 대책 없이 코로나를 마주하는 경우 공공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클 수 있기 때문에 고령층의 경우 백신 접종을 해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고, 향후 적절한 치료제가 개발되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위드코로나를 위해서는 의료체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준비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생활치료센터"의 개념 자체가 위드코로나의 장애물이 됩니다.

확진자는 내 근처가 아니라 사회의 다른 곳으로 격리되어야 한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주기 때문입니다.


가령, "내 이웃이 지금 코로나에 걸려 집에서 쉬고 있다"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코로나에 걸린 것이 죄가 아니고,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와 단절시켜 격리시켜버릴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에 갇혀서 밖으로 나가는지 안나가는지 감시를 받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기지요? 차라리 메르스같이 심각한 질병이면 아파서 꼼짝도 못할텐데, 무증상이나 경증이면 나가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고, 때문에 규칙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걱정이 되시지는 않나요?


당연한 걱정이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신호위반이나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모든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시키지 않듯, 일부의 일탈이 두려워 전체를 멈춰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효율성이 극히 낮은 전략이기 때문이고, 윤리적으로도 (코로나 확진 자체는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확진자를 자가격리를 위반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하는 문제가 벌어집니다.


따라서, 생활치료센터를 종료하되 단기적으로는 격리조치를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 처벌규정을 두면서 전환의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고, 고령층 등 위험군에 대한 충분한 백신 접종이나 적절한 치료제 개발 등을 통해 코로나의 위험이 더 낮아지면 의무격리도 없애고 이러한 처벌규정 또한 일몰시켜야 합니다. 독감의 경우 강제격리 등의 조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위드코로나를 위해서는 코로나를 "가장 중요한 것"에서 "여러 질병 중 하나"로 중요도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코로나에만 특별하게 적용되는 것들을 차례차례 없애나가야 하고, 의료체계 확충의 관점에서 역효과가 매우 큰 생활치료센터 운영종료가 그 최우선순위가 되어야만 합니다.


생활치료센터의 종료를 통해 내 옆집에 코로나환자가 있는 상황을 경험해보기도 하며,

코로나를 "내 주변에서 치워버려야하는 것"에서 "내 이웃이 걸릴 수도 있고, 이후에 내가 걸릴 수도 있는" 질병으로 인식을 전환시켜주어야만 위드코로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생활치료센터 종료가 위드코로나의 선행조건이라면, 나머지 역학조사와 의무격리제도, 마스크 의무착용, 모임 제한 강제 등은 위드코로나의 모습이 되겠죠? 이것들 또한 차례차례 없애나가야 할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한 제 생각을 말하면 모두 놀라더군요. (위드코로나를 "마스크를 쓰고 QR코드 등을 확인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강제조치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라, 위드코로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생각할 때 사라져야 하는 것들 중, 생활치료센터는 글에 서술한 이유를 말해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동의해주시는 경우가 많아 가장 수용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먼저 글을 썼습니다. (모임 제한 강제의 경우 대부분 사람이 폐지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또 글을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렇지만 역학조사와 의무격리, 마스크 의무착용은 제 생각을 말하면 (생활치료센터 폐지론은 함께 동의해주시거나, 적어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는 할 수 있겠다 정도의 반응인 것과 달리) 더 심하게 놀라더군요 ^^; 이것들은 사실 저마다 조금씩의 존재 이유가 나름 있습니다. 보건적으로도 존재 이유가 없고 역효과만 남아 있는 생활치료센터는 최우선적으로 사라져야 하지만, 보건적 기능이 있는 역학조사, 의무착용 등은 보건적 이익보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보건적 이익을 일부 희생하고서라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입니다). 교통사고 무서워서 자동차 운행을 금지시키지 않듯, 일부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고, 이것들에 대해 하나씩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볼 예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물리적 거리두기 권고, 재택근무 권고, 증상 있을 시 검사 권고 등 권고사항의 경우 순기능이 더 크지만, "의무"들은 대부분의 경우 역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들은 모두 역효과가 더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 의견임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제가 사회의 소수의견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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