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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Aug 30. 2021

코로나감염에 대한 인식 전환, 자연항체의 효과

자연항체와 인공항체, 무엇이 더 우월할까?

질병관리청은 고령층 90%, 성인 80%가 접종을 완료하면 위드코로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은경 청장께서 생각하시는 위드코로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진자 중심에서 위중증 중심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여기로 옮겨가려면 지금과 같은 확진자 낙인찍기가 반드시 멈춰야만 합니다.


아무리 방역당국이 위중증 중심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시민들이 계속해서 확진 자체에 대해 큰 의미부여를 하고, 확진받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가지게 되면 위중증 중심 관리로의 전환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가령 최근 코로나에 확진된 트로트 가수 송가인 씨의 소속사는 "코로나에 걸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입장문을 냈습니다. 코로나 확진은 범죄가 아닙니다. 죄송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 걸려도 괜찮다"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코로나, 면역력 부족하면 걸리나?


정기석 한림대학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그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건 그만큼 (면역력이) 약하다는 얘기기 때문에 약한 사람이 만들어낸 항체가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백신에 의한 항체보다 더 강할 수가 없죠.


글쎄요, 보건분야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건 전문가의 말을 비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일반 상식과 너무나도 맞지 않는 발언입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은 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일까요? 심지어 건강함의 상징인 운동선수들도 걸렸는데, 아직 안 걸린 저보다 몸이 약했던 걸까요?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치라도 다 같이 먹어야 할까요?


밀접접촉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면역력이 강해서 걸리지 않았던 걸까요?

그럼 이 사람들은 앞으로도 탁월한 면역력으로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낮으니 굳이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며 백신 안 맞아도 되는 걸까요?


백신을 맞고도 돌파감염되는 경우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자가면역질환이라도 앓고 있던 걸까요?


정기석 교수의 발언을 "전문가 의견이니까 맞겠지"라고 넘긴다면 이와 같이 우스꽝스러운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됩니다.


면역력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입니다.

즉, 면역력은 걸리는지 안걸리는지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평소의 생활 습관(흡연자인지? 운동은 하는지? 영양은 균형적인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지? 등등), 건강 상태(보유하고 있는 기저질환이나 가족력 등이 있는지?) 등등이 총체적으로 합쳐져서 면역력을 형성하고,

형성된 면역력은 코로나19가 내 몸으로 들어왔을 때 이것을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지나가게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중증으로 발전시키거나, 나아가 죽음이라는 슬픈 결과를 맞닥뜨리게 만드는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보건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반 시민도 알고 있는 상식을 호흡기내과를 전공까지 한 교수님께서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백신 접종을 강력 권고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의 과학이 자연우월하며, 인간이 자연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어리석고 오만한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발언일 것입니다.

각종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하게 당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 믿음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닫게 하지요?


상식에 어긋나는 이런 발언으로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오히려 백신에 대한 불신만 부추기게 될 뿐입니다.


자연항체가 백신 접종보다 우월할까?

(참고) 앞서 면역력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지적한 바대로, 면역력과 항체는 구분되어야 하므로 면역력으로 감염을 극복해서 생긴 항체를 "자연항체", 백신 접종을 통해 인공적으로 형성시킨 항체를 "인공항체"로 정의하겠습니다.


상식과 과학적 사실은 다른 경우도 많지요? 알고보니 저의 상식이 틀리고 정기석 교수의 말이 과학적 사실인 것은 아닐까요?


이것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스웨덴 언론 SVT에 자연 항체와 백신으로 만들어낸 인공 항체의 효과를 비교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편의를 위해서 번역된 페이지를 보여드립니다.

자연 항체는 인공 헝체보다 우월합니다. 출처 svt

이 연구의 결론은 감염 경험으로 얻은 자연 항체는 백신으로 얻은 인공 항체보다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지요?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재감염되는 경우의 중증이나 사망 확률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 돌파감염되는 경우의 중증이나 사망 확률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는 특정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겟으로 만들어 부분적인 항체만 가지는 인공 항체와는 달리,

자연 감염의 경우 바이러스 전체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자연 항체는 바이러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바이러스에 1~100이라는 숫자가 입력되어 있다면 백신은 "5"라는 특정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연감염의 경우 1~100을 모두 경험하게 되지요?)


전체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연 항체는 이후 특정 스파이크가 모양을 바꾸는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재감염되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으므로,

코로나19에 걸려서 사망할 확률이 높은 고령층의 경우 백신을 통한 인공항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백신 없이는 그들에게 "재감염의 기회"가 안타깝지만 주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위드 코로나, 자연항체의 효과를 인정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의 기사에서 언급되어 있듯 의도적으로 감염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위의 연구는 "이미 한 번 걸렸다가 재감염된 사람(자연항체 보유군)"과 "감염 경험 없이 백신만 맞은 사람(인공항체 보유군)"을 비교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항체가 없는 비감염군과 인공면역을 가지고 있는 비감염군을 비교하면 당연히 인공면역을 가지고 있는 비감염군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겠죠.


즉, 항체 여부만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자면 아래의 순서로 코로나에 (재/돌파)감염 되었을 때 위험성이 클 것입니다.

(위험) 백신 미접종 감염 미경험 집단 (면역력만으로 코로나19를 대해야 하는 집단)
> (비교적 안전) 백신 접종 감염 미경험 집단 (인공항체 보유 집단)
> (비교적으로 더 안전) 백신 미접종 감염 경험 집단 (자연항체 보유 집단)
> (비교적으로 더욱 더 안전) 백신 접종 돌파감염 경험 집단 (자연항체, 인공항체 보유 집단)

* 이 위험성 평가에서 면역력의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령 젊고 건강한 항체 미보유 집단은 인공항체를 보유한 고위험군보다 전체 면역력이 높아 위험도가 낮을 수 있고, 자체 면역력이 높은 경우 백신 미접종을 포함한 모든 경우에 위험이 작을 수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항체 여부만으로 비교합니다.


인공항체보다 더 효과가 좋은 자연항체도 재감염이 일어나는데, 인공항체 또한 돌파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돌파감염 또는 재감염의 경우 그 위험성이 독감 이하로,

물론 사망자가 0이 될 수는 없겠지만 팬데믹으로 관리할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항체의 효과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걸리는 사람을 "면역력 약한 사람"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자연항체는 별 효능 없다"정도로 격하시켜버린다면, 코로나는 앞으로도 "절대 걸려서는 안될 질병"으로 남을 것입니다.

돌파감염과 재감염, 돌파재감염 등이 계속해서 일어날 미래에서 위드코로나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건강한 젊은 층에 대해 백신 접종의 이익은 존재는 하지만 별로 크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항체 없이도 면역력만으로도 코로나19를 쉽게 극복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하냐 마냐로 진을 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관련 포스팅: 코로나19 vs 백신 접종, 무엇이 더 위험할까?)


따라서 백신 접종의 이득이 명확한 고령층에 대해서 계속해서 접종을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며, 젊은 층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의 가능한 효과와 부작용을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되 어떠한 인센티브나 패널티 등으로 강제화하는 방안은 옳지 못합니다. 오히려 백신에 대해 의문을 품은 고령층 등 위험집단의 접종의지를 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위험군 1명의 접종이 비위험군 10명의 접종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포스팅: 백신 인센티브, 효과 있을까?)


그리고 고령층 등 위험군이 인공항체를 어느 정도 가지게 되는 순간, (고령층 90%라는 목표는 개인적으로 적절해 보입니다. 단 성인 80%이라는 목표는 별로 의미있는 수치가 아닌 것 같습니다.)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권고사항으로 바꿔서 건강한 사람들은 면역력으로 극복하거나,

인공항체와 면역력을 합쳐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위험군은 (의무사항 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을 계속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위험이 작은 사람 또한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상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걸려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자연항체를 형성시켜 바이러스 전체에 대한 그림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변이 바이러스 또한 손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특정 백신으로 형성된 인공항체를 회피하는 변이가 생기더라도, 감염경험자들은 효과적인 자연항체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일정 정도의 감염 통제가 가능합니다.)


자연항체의 효과를 정확하게 알려야만 "코로나는 (내가 충분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면) 걸려도 되는 질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그래야만 위드 코로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지나가는 것은 "확진자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귀중한 자연항체를 고생 없이 손쉽게 얻는 일"이 되고, 이 자연항체 보유자들은 "가능하면 코로나에 걸리면 안되는" 고령자를 포함한 인공항체 보유자를 변이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코로나19를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지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좋은 일입니다.


물론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걸리는 것은 추천할 일이 아니지만,

걸린 사람을 욕할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코로나 걸리는 게 죄는 아니다. 코로나 걸리는 것도 오히려 개인과 사회를 위해 괜찮을 수 있다" 는 명제를 이해하고 인정해야만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드코로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1) 역학조사 일몰, 2) 생활치료센터 일몰, 3) 마스크 의무착용 일몰 등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것은 차차 알아보도록 하죠.



* 표지 사진 출처: TT Nyhetsbyrå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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