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꾸는 사랑이다

성심당에서 줄서는 아빠

by 호뚜니의 작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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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꾸는 사랑이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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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가족이라는 이름의 작은 이야기

우리 집은 평범한 가족이다.
아침이면 바쁘게 뛰쳐나가고,
저녁이면 식탁에 모여 하루를 털어놓는
그런 지극히 보통의 하루들.

그런데 그 일상 안에는
문득 가슴 찡해지는 사랑이,
웃음이, 미안함이 숨어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
성심당에서 줄 서 있는 남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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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빠꾸는 사랑이다

대전으로 출장이 잡힌 날,
남편은 새벽부터 '띠발이(우리 집 카니발)'를 몰고 길을 나섰다.
에어컨 설치 일이 있어 아파트 구조를 보고,
이리저리 빠꾸도 많고, 고된 하루였단다.

하지만 정작 안산에 있는 나와 딸들은
그 고생보다… 젯밥, 아니 성심당 빵에 관심이 쏠렸다.

“일하러 간 김에 성심당 안 들르면 섭하지~”
나는 편하게 누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말했다.

오후 3시,
남편에게서 온 문자 한 통.
“ㅇㅈㅊㅂ(이제 출발)”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사진. 성심당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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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 문장이 나를 멈칫하게 했다.
“작업복이라 줄 서기 민망하네…”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단지 '빵'을 부탁했지만
그는 먼지투성이 작업복에 땀에 젖은 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야 했다.

전국에서 줄을 서는 그 빵집 앞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빠꾸'한 남편.
그 줄이 얼마나 길든,
그 눈빛이 어떤 시선을 담고 있든
그는 사랑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금요일 저녁이라 차도 막히는데
남편이 한 말.

“히터를 틀 수가 없어…
딸기 시루케이크 녹을까 봐.”

"그럼 엉따를 틀어놓고 오세요♡"



그 푸념 섞인 말 안에는
빵보다 더 부드러운 사랑이 들어 있었다.

밤,
현관문이 ‘띠띠띠’ 열리자
딸들이 먼저 달려 나가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리고 포장된 케이크를 옮기는 손길.
오랜만에 날뛰는 고슬이까지.

우린 옷도 갈아입기 전,
포크를 들고 딸기 케이크 한입.
봄의 향기와 함께,
아빠의 땀내 나는 사랑을 씹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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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아빠의 줄 서 있음은

그 줄은,
빵을 위한 줄이 아니었다.
사랑을 전하기 위해
묵묵히 서 있는, 아빠의 자리였다.

빠꾸는 사랑이다.
성심당 앞에 선 남편처럼

폭싹 속았수다에 아빠처럼 빠꾸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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