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틈새에서 피어난 용기
오늘 밤,
회색 기둥 아래에서
노란 들꽃 한 송이를 만났습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갈라진 시멘트 틈새에서
조용히 피어 있는 그 모습이 멋지다
〈들꽃은 땅을 닮았다〉
글 :임효순 사진:임효순
땅은 수줍어
얼굴을 가리려
온몸에 초록 옷을 입는다.
멋쟁이 땅은
들꽃으로 수를 놓는다.
땅이 갈라진
주머니 틈새로
들꽃 한 송이,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땅은 답답하다.
한 땅, 두 땅,
회색으로 변해가는
친구들을 보며.
가장 가까운 곳에
피어나는 들꽃들은
그레이빛 틈새를 비집고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세상은 점점
초록에서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중이지만,
들꽃들은 안다.
땅의 기운만 있다면
어디서든 피워낼 수 있다는 걸.
누가 보든, 안 보든
자신의 가장 소중한 날에
기꺼이 피워내는 꽃.
들꽃은 땅을 닮았다.
오늘, 들꽃 한 송이에게 위로받은 밤입니다.
나도 누군가의 작은 꽃이 되어,
회색 세상에 색을 피워낼 수 있기를.
오늘도 해피하세요
사진: 이지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