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6> 10월 6일
어떻게 하면 문틈사이 보기 싫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매울 수 있을까? 다행히 어제저녁 실험을 해보았던 방법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또 다시 아침부터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자들은 어김없이 오늘도 홈디퍼로 향했다. 오늘저녁은 대학교 합격통지서를 받은 아들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을 함께 먹을 계획이라 나도 빨리빨리 서둘러야 한다.
"자! 모두 출발!!!"
남자들은 홈디퍼로 난 코스코로 출발 (9am)
문 틈이 너무 넓어서 필러가 한없이 들어간다. 그래서 나무조각으로 공간을 채운 후 필러를 넣기로 했다.
"오케이! 좋아! 이제 전 음식 준비하러 갑니다! "
두 분이 열심히 잘 작업하시는 걸 보고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30분도 안 돼서 다시 올라가 보니 아빠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질감과 색상의 필러를 문에 바르고 계셨다.
"어? 이건 쫌 틀린데? 아까랑 다르잖아요. 이거 우드필러 맞아요?"
"어! 맞아!"
두 남자가 동시에 큰소리로 대답했다.
"아닌 것 같은데? 색깔이 정말 틀리잖아. 그리고 우드필러는 엄청 뻑뻑했는데 지금 이건 훨씬 묽은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아서 압수 후 자세히 살펴보니, 우드필러가 아니라 래미네이트 접착제였다.
순간 정지화면처럼 남자들의 눈동자가 깜박임도 없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분위기가 싸해졌다. 우리 공사에 첫 위기가 닥친 것이다. 당황한 두 남자의 긴장된 공기라니...
"어쩐지 힘들지 않게 잘 발리더라... 쩝..."
"자네도 이건 바르기 쉽다며 나한테 쫌 달라고 해서 가져갔잖아!" 혼자서 뒤집어쓰기에 너무나 억울하셨는지 아빠의 물귀신 작전으로 우리는 결국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u fo a남자들에게만 작업을 맡겨두고 난 딸아이 기숙사에 잠깐 들렀다. 핸드폰에 도어벨 알림이 자꾸 울려댄다.
'왜 이렇게 분주한 거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남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오늘의 공사도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 듯했다. 래미네이트 자르던 중 톱이 부러졌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톱을 다시 구합 할 때까지 작업이 중지되었다. 각 자재에 맞게 톱날의 크기가 달라야 한다는 걸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톱날만 부러졌으면 됐다. 비록 느리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되었으면 된 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래미네이트만 재단했는데 벌써 저녁 6시가 훌쩍 넘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에슨 집으로 가려면 대충 빠르게 라면으로 저녁을 먹고 출발해야 한다. 초보자들에게 쉬운 작업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아빠와 신랑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속상하고 안쓰럽다.
다행인 건 이런 거침 숨소리 속에서도 우리의 일터는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주 금요일에 다시 에너지 충전해서 돌아오겠어! 딱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