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다이어리
<Day 27> 10월 17일
오늘이 제발 마지막 샌딩작업이기를...
아침부터 일찍 일꾼들이 와서 천정 마무리 중이다. 젊은 청년들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캐나다에서 이런 성실한 청년을 몇 명이나 만났을까? 먼지 나고 힘든 육체적 노동을 꺼려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점심까지 걸러가며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참 대견해 보인다. 보기 드문 청년들의 모습에 괜히 뿌듯하다.
오늘 배짱이님은 에드먼튼에서 천정 마무리를 돕고 있고, 아빠와 난 에슨 시골마을에 있다. 차고에 잔뜻 쌓아두었던 빈병 분리수거를 하고 내친김에 land fill에 가서 그동안 미뤄만 왔던 쓰레기를 버리기로 했다. 다음 주부터 눈소식이 있기에 우리도 슬슬 겨울준비를 해야 한다
개구쟁이들이 사고를 치고 냅다 도망가는 느낌이 바로 이런 걸까?
아빠와 함께 폐타이어를 버리러 갔다가 도망치듯 나왔다. 분명 안내하시는 분이 타이어를 컨테이너 안에 넣으면 된다고 했기에 쉽게 생각하고 쓰레기장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구조가 아니었다. 아니 생각이 전혀 없었던것 같다. 타이어를 집어넣을 수 있는 입구 없이 2층 높이의 천정만 뚫려있는 집채만 한 컨테이너에 어떻게 타이어를 버리라는 건지...
아무리 둘러봐도 타이어를 꺼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듯한 잠금상태의 작은 입구 외에는 타이어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위에서 타이어를 던져 넣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무거운 타이어를 무슨 수로 들어서 던져 넣는다는 말인가?
게다가 컨테이너를 둘러보시던 아빠가 잠금장치까지 푸는 순간, 안에 담겨있던 다른 타이어까지 좁은 입구를 타고 주르륵 밖으로 흘러나와 버렸다. 이제는 타이어를 뺄 수도 넣을 수도 없는 당황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조금만 침착하게 멀리 봤으면 컨테이너 옆에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 보였을 텐데, 컨테이너만 쳐다본 아빠와 나의 시각에서는 그 언덕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사고만 치고 줄행랑을 친 우리들은 한참 동안 이 해프닝을 이야기하며 낄낄 거렸다. 역시 사람은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한바탕 소동으로 쓰레기 버리기가 완료되니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린 하루였다.
아빠는 마지막 잔디를 깎고, 단 한 개의 낙엽도 남김없이 모두 정리하셨다. 아마도 이 동네에서 우리 집 마당이 제일 깨끗하리라 자신한다. 지쳐버린 나와는 달리 아빠는 지칠 줄을 모르시는 것 같다.
이제 겨울 준비 완료!
웰컴 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