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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할로윈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41> 10월 31일


10월 31일 할로윈 데이.

스포키한 아침을 맞이했다. 진짜 귀신이 나올 것처럼 온 동네가 안갯속에 갇혔다. 알버타 시골마을도 귀여운 어린이 귀신들을 맞이할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났는지 아주 고요하기만 하다.

할로윈아침

막내를 데려다 주기 위해 오늘도 아빠는 정각 8시에 지동차 시동을 거셨다. 손녀가 따뜻한 차를 타고 등교할 수 있도록 매일아침 미리 시동을 걸어 예열을 하신다. 그런데 오늘따라 스파크 소리만 요란할 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지고 습해진 날씨 때문에 배터리가 방전된 모양이다. 오늘은 자동차 없는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요즘 아빠는 자동차키를 재활운동 시키고 계신다. 사춘기 아이들처럼 말 안 듣는 키가 지금은 부드럽게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 손길이 닿은 우리 집 모든 것들이 광을 내고 제 몫의 두 배를 해내고 있다.





오늘은 자동차도 날씨도 허락하지 않는 하루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베이킹을 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빠 가시기 전에 많이 만들어서 한국에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분명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베이킹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지난번에 바나나 브레드를 구었으니 오늘은 스콘과 탕콩쨈쿠키를 만들었다. 내일 또 에드먼튼에서 공사를 해야 하는데 몸과 마음을 달래줄 간식거리가 되면 좋겠다.

베이킹

요즘 핼러윈에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줄었다. 소문에 의하면 아이들이 부자동네만 방문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부터 일반 동네에는 꼬마 손님들이 없다는 소문이다. 그래도 한 명이라도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일찌감치 캔디를 준비했다. 분장한 아이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아빠에게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캐나다의 색다른 모습이기에 올해 핼러윈은 나도 기대가 많이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핼러윈 모습도 변해가는 것 같다. 200명 정도의 아이들이 방문을 했는데 올해는 50명도 다녀가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캔디가 그대로 남아버렸다. 소문처엄 아이들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 캔디를 많이 주는 동네 주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내년부터는 이제 캔디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좀 내려놔도 좋을 것 같다.

아빠는 아이들이 줄지어 집집마다 방문하는 모습을 보고, 크리스마스 새벽송 도는 모습 같다면 즐거워하셨다.

늦은 저녁 '장인어른과 베짱이팀은' 에드먼튼으로 출발했다. 이번 주가 마지막 공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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