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다이어리
<Day 46> 11월 5일
한국에 빈소가 차려졌다. 새벽 2시쯤 카톡으로 전해진 사진을 받고 아빠는 잠을 주무시지 못하셨다. 오늘따라 아빠의 모습이 더 피곤해 보였다. 영정 사진 속 고모가 활짝 웃고 계셔서 다행이다. 이제는 하나님과 함께 평안하시기를...
시차 때문에 화환주문이 늦어졌다. 한국의 시차가 오늘따라 원망스럽다.
허리띠가 없어서 불편해진 아빠는 급하게 손자의 허리띠를 빌리셨다. 허리띠를 구입하러 여기저기 다니다 문득 깨달았다. 캐나다 아니 우리 동네에는 아빠가 사용하시던 그런 편리한 버클 허리띠가 없다는 사실을.
허리둘레에 맞춰 구멍을 뚫어서 버클에 끼우는 카우보이식 허리띠만 판매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옛날식 디자인이 55불 가까이 되다니! 나의 떨리는 눈동자를 아빠가 보셨는지 "한국에서는 이런 구식 디자인 이제 팔지도 않는다!" 며 먼저 마트를 나가셨다. 결국 아마존에서 아빠가 사용하시던 것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기능성 허리띠를 구입했다. 없는 게 없는 아마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캐나다산 소가죽 멋진 허리띠를 사드렸어야지! 아마존이 뭐야~!"
신랑의 말에 동의하지만 캐나다산 멋진 가죽 허리띠를 어디에서 찾는담? 당장 흘러내리는 바지를 붙들어 메는 게 급하다.
막내손녀의 배구경기를 관람하고 우리는 드라이브에 나섰다. 오늘 드라이브는 테마가 있다. "구름관광 드라이브". 캐나다의 하늘이 예쁘다고 소문이 나긴 했지만 토론토, 밴쿠버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본 나의 경험상 캐나다의 하늘은 알버타가 최고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을 보러 우리는 힌튼방향으로 달렸다. Obed(오 베드)라는 곳이 이곳 지형 중에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가장 높은 땅에서 로키산과 하늘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기가 막히다! 이런 하늘은 캐나다에서만 볼 수 있지!"
연신 감탄사를 내시며 아빠가 사진을 찍으셨다. 한국에 가신 뒤에도 오랫동안 이 하늘과 구름이 아빠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특별식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할아버지 호떡이다. 호떡 공장이 2시간 가까이 가동되었다. 이 많은걸 누가 다 먹냐고 그만 만드시라고 했지만, 30개가량의 호떡이 순식간에 가족들 입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보니 3주 전 아빠께 사드린 겨울바지를 매일 입고 계신다. 빨래를 내놓지도 않으셨는데... 난 참 눈치 없는 딸이다. 진작에 한벌 더 사드리던지, 빨래를 해드렸어야 했다!
참 못나고 눈치 없는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