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가족모임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60> 11월 20일


눈이 내리고 있다. 알버타 눈 답지 않게 포실포실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눈발이 날리고 있다. 아빠는 소복이 쌓이는 눈이 소중하신 듯 정성스럽게 빗자루로 눈을 밀어내셨다. 알버타의 겨울이 보통과 다르게 늦게 찾아온 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듯하다. 한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으셨던 아빠는 이제 겨우 알버타 겨울 맛보기만 보았을 뿐인데 "어우! 춥다 추워!!"를 반복하시면 몸을 떠신다. 내복이라도 꺼내드려야 하나 고민이다.


눈온뒤 시골풍경




달러샵 쇼핑을 했다. 오늘은 타운에 사시는 한인 가족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다. 항상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써주는 이곳의 한인들은 우리에겐 가족과 다름이 없다. 이것저것 필요한 걸 구입하기 위해 달라샵에 잠깐 들렀다. 그곳에서 아빠는 재미있는 게임을 하나 발견하셨다.

그동안 유튜브에서 즐겨보시던 체인 풀기 챌린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6개 정도의 체인을 풀어야 한다.

"내가 이거 유튜브로 오랫동안 공부해 와서 잘 알지!" 하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빠는 자신 있게 체인을 오픈하셨다. 그동안 눈으로만 익혀왔던 체인 풀기에 도전하시느라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시지 않는 것 같았다.

도전! 체인풀기


역시나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거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한 시간 넘게 채인 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바닥에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 속에 아빠의 신음소리 그리고 "아!!!", "아이 씨!!" 등등 조금씩 성질 게이지가 높아지는 탄식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잠깐 들른 신랑도 반강제적으로 챌린지에 도전해야 했고, 방과 후 아이들도 체인과 씨름을 하는 웃픈 모습이 연출되었다.

"내가 여기 와서 한 번도 화가난적이 없었는데, 마지막날 이거 때문에 짜증이 나네!"라고 말씀하셔서 우리 모두 또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식사초대는 내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음식준비를 아빠가 하시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필살기 떡볶이를 해주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난 그에 어울리는 어묵탕을 끓였다. 한인 가족분들도 초밥트레이, 케이크, 피자 등등 음식을 들고 오셔서 식탁이 한층 풍성해졌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최고의 맛이 가득한 시간이다. 진심으로 아빠의 귀국을 아쉬워하시며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좋은 이웃들과 함께한 우리는 참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작은 선물가방을 걸어두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다. 팀홀튼 기프트 카드와 초콜릿 한알씩. 이 작은 선물로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양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함께여서 행복한 알버타 시골마을에서의 하룻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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