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꿈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62> 11월 22일


아빠와의 제스퍼 아이스파크웨이 여행을 위해 신랑이 휴가를 냈다. 같이 따라나서고 싶었지만 아빠의 귀국가방 정리를 위해 난 집에 남기로 했다. 어제부터 가방 싸기에 계속 실패 중이다. 23킬로 맞추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던가?

23킬로 캐리어 2개면 거뜬하게 모든 짐들을 다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2개를 간신히 채우고도 조카에게 선물해 줄 동화책 한 권을 넣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빠가 입고 계신 잠옷을 포함한 옷들과 면도기도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나의 계획은 화물가방 두 개로 모든 짐을 넣어놓고 기내에는 편안하고 간단하게 책가방에 핸드폰과 간식거리만 들고 들어가시는 거였다. 이런 야무진 계획과는 거리가 멀게 작은 기내가방 두 개도 꽉꽉 채워 넣고 아빠가 입으셨던 옷들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두고 가셔야 할 판이다. 아빠 편에 시댁식구들 선물까지 챙겨 넣으려 했던 나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참사다.




아빠가 떠나시는 금요일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 아이들과의 작별인사는 공항이 아니라 에슨 집에서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시간 밤 8시 43분.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배웅하고 싶다며 하교 후 에드먼턴에 오겠다고 한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폭설주의보가 내려진 이 상황에서 혼자 운전을 해야 할 아들을 생각하니 쉽게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폭설주의보가 내려진다면 어쩌면 비행기가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에드먼턴에서 비행기가 지연된다면 환승 여유시간이 1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밴쿠버에 도착해서도 아빠는 인천행 비행기를 타실 수 없게 된다. 밴쿠버 공항에 혼자 고립되실 아빠를 생각하니 나의 지병인 '걱정병'이 도지고 있다.




사위와의 제스퍼 여행이 무척이나 즐거우셨나 보다. 물론 아빠는 신랑이 고마워서, 애쓰는 마음이 예뻐서, 무조건 좋고 행복하고 고맙고 즐거웠다고 말씀하셨을 거다. 여행 후 아빠에게 꿈이 생겼다. 양가 부모님이 같이 캐나다 여행을 하시는 것이다. 여행 중 제스퍼 가이드는 본인이 직접 하시겠다는 부푼 꿈을 꾸고 계신다.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네 분 모두 건강하셔서, 행복하게 웃으시며 제스퍼를 여행하실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떨어져 있던 7년의 시간도 이렇게 금방 지나갔는데, 앞으로의 시간도 얼마나 빨리 다가올까?

사돈과 함께하는 네 분의 캐나다 여행기라니!

움직이기 싫어하시는 아버님과 잠시라도 가만히 계시지 못하는 아빠와의 캐나다 여행기는 아마 하루하루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넘처날것 같다. 아빠의 꿈이 꼭 이루어 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Day62일 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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