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by 패미로얄

중년이 되고 나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님 영정사진 앞에서 재산을 놓고 멱살을 잡는 형제들.

아직 살아 계신 부모님께 돌아가시기 전 당당하게 공평한 재산 분배를 요구하는 자식들.

이런 이야기는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이름 앞에 놓인 부의금을 두고 싸우는 형제들의 이야기도 낯설지 않게 들려왔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우리 가족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싶지만,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은 옹졸한 인간의 마음 앞에서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사돈어르신들의 캐나다 여행 덕분에 괜히 덩달아 분주해지신 아빠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아빠는 오늘도 사돈어르신 편에 사랑하는 딸에게 뭐라도 하나 더 보내기 위해 발품을 파셨다.


"오늘 종로 2가 가서 귀걸이 3개 샀다. 마음에 드는 걸로 예쁘게 하고 다녀라"

"네가 쌀과자 좋아해서 큰 녀석으로 두 봉지 사놨는데, 혹시 사돈 어르신이 캐나다에도 많다고 안 가져가시지는 않겠지? "

"겨울바지가 따뜻한 게 있길래 하나 샀다. 캐나다는 춥잖아! 사이즈가 맞겠지?"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아무것도 없는 아빠는 오늘도 본인의 사랑을 유산처럼 나누고 계신다.


부모는 말한다. 자식들에게 주는 사랑은 모두 공평하다고 말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나도 아이들에게 수십번은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의 사랑은 너희 셋에게 똑같이 분배되었다고 말이다. 어느 손가락을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며 부모된 우리는 자식들에게 공평하게 사랑을 나누어 줬노라 주장한다. 아빠도 우리 세 자매에게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아빠의 사랑은 늘 나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캐나다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너무 멀어서 자주 볼 수 없다는 핑계 하나로,

난 늘 동생들보다 더 많은 관심과 염려와 사랑 그리고 그리움을 받았다.

이런 불공평한 아빠의 사랑을 상속받았다는 이유가 언젠가 우리 세 자매의 다툼이 될 수도 있을까?


동생들의 주장대로 내가 사랑의 유산을 더 많이 받았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내가 받은 사랑을 아빠가 없는 세상 속 시간 동안 동생들에게 조금 더 나눠주라고 넉넉히 주셨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겠다. 내가 받은 상속의 의미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