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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미로얄 Jul 15. 2023

sympathy

캐나다에서 집주인 아줌마 되기

혹시나 세입자 집보험 보상항목에 세입자에 의한 훼손항목이 포함되는지 보험회사에 문의를 했다.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나 간단했다.

'세입자에 의한 파손은 보상이 되지 않습니다. fire, water, smoke damage만 보상 가능합니다.'

갑자기 모든 게 원망스러워 나쁜 생각까지 들었다.

'차라리 집에 불이나 지르지 그랬니! 집 안팎으로 그렇게 담배와 마약을 피워대면서 엄청 불조심했나 보네. 차라리 불이라도 지르지~'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직접 본 사람도, 증거도 없기 때문에 범인 검거하듯 사람들을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신랑과 나만 외톨이가 되어 외면당한 느낌이 들었다.


차 수리 때문에 근처에 나왔다는 친구를 잠깐 만났다. 나의 감정 없는 얼굴을 보고 친구가 묻는다.

"무슨 일 있어?"

난 아무 말 없이 랜트하우스 사진 몇 장을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뭐야? 이렇게 해놓고 도망간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구의 두 눈이 뻘겋게 충혈이 되더니 울기 시작했다. 맞아... 이렇게 눈물이 나야 정상이었다. 나 대신 울어주는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난 그렇게 한동안을 눈물을 훔치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마음이 슬프지 않았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집을 청소하기 전에 경찰에 다시 한번 리포트를 하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신고접수 서류라로 남겨놔야 고소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고소해서 승소한다고 해도 우리가 보상비용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아주 낮다. 법적으로 차압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세입자에게 "수리비 내도록 해!" 하는 통보로 끝나는 법정 소송이라고 한다.


40대 중반의 여자 경찰관과 후임으로 보이는 새내기 어린 경찰관 두 명이 신고와 함께 금방 집으로 달려와 주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눈에 보이는 이 사실 그대로 기록해 주기만을 바랐다.

"세상에! 세입자들이 이렇게 해놓은 거니?"

"정말 마음이 많이 힘들겠구나. 직접 치우려고 하는 거야? 힘들어서 어떡하니..."

"우리가 도망간 세입자를 찾아줄 수는 없어. 하지만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다 기입해서 경찰기록에 남겨 놓을게. 언제든 고소할 수 있도록."


비록 우리의 상황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나 대신 울어주는 친구의 마음 덕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짐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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