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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당신은 진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by 홍종민

수십 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사람들은 대화를 한다고 믿지만, 사실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냥 말을 주고받을 뿐이다. 표면적인 정보만 오간다. 진짜 속마음은 숨긴 채로.

"요즘 어때?" "그냥 바빠."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다 거짓말이다. 바쁘다는 말 속엔 '너 만나기 싫다'가 숨어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속엔 '말해봤자 이해 못 할 거야'가 들어있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모른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나도 몰랐다

나는 심리상담사다. 매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엔 내가 잘 듣는다고 믿었다. 경청을 배웠으니까. 공감을 훈련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틀렸다. 나는 듣지 않고 있었다. 표면만 들었다.

내담자가 "남편이 요즘 무관심해요"라고 말하면, 나는 "남편 문제구나"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그 말은 남편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신도 나에게 무관심할 거야"라는 메시지였다. 나한테 하는 말이었다.

10년이 걸렸다. 이걸 깨닫는 데.


모든 대화엔 두 개의 층이 있다

동네 카페에서 친구가 "엄마가 간섭이 심해"라고 말할 때, 그건 엄마 이야기가 아니다. **"너도 나한테 간섭하지 마"**라는 메시지다.

직장 동료가 "상사가 꼰대야"라고 말할 때, 그건 상사 이야기가 아니다. **"너도 나한테 그러지 마"**라는 경고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을 통해 말한다.

왜? 직접 말하면 위험하니까. 관계가 깨질까 봐. 미움받을까 봐. 그래서 돌려 말한다. 다른 사람 이야기인 척, 과거 이야기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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