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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위장된 메시지를 해독하는 기술

by 홍종민

사람은 직접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직접 말하지 않는다. 절대로. 예외가 없다.

왜 그럴까? 두렵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자기가 느끼는 것이. 자기가 정말로 생각하는 것이. 그래서 숨긴다. 돌려 말한다.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이게 인간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프로이트는 이걸 꿈에서 발견했다. 꿈에는 두 개의 층이 있다. 하나는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이다. 꿈꾼 사람이 아침에 기억하는 내용.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꿨어. 낯선 집에서 문을 찾고 있었는데..." 이게 명시적 내용이다.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

그런데 이 표면 아래에 또 다른 층이 있다. 잠재적 내용latent content. 꿈이 정말로 말하려는 것. 꿈꾼 사람조차 모르는 진짜 메시지. 이건 감춰져 있다. 위장되어 있다. 왜? 직접 드러내면 잠에서 깨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불안해서. 너무 두려워서. 너무 수치스러워서.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이 나온다. 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조차 진실을 숨기는가?

답은 간단하다.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욕망은 인정하기 힘들다. 어떤 감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떤 생각은 자기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믿고 싶은데, 속으로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 "나는 강한 사람이야"라고 믿고 싶은데, 속으로는 무너지고 싶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인정하겠는가?

그래서 무의식은 타협한다. 완전히 억누르지도 않고, 그대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대신 변형한다. 위장한다. 다른 옷을 입혀서 내보낸다. 그러면 의식은 속는다. "이건 그냥 이상한 꿈이야." "이건 그냥 별것 아닌 실수야." 하지만 그 이상한 꿈, 그 별것 아닌 실수 안에 진짜 메시지가 들어 있다.

라캉은 이렇게 말했다. "의미는 상상적이다."(브루스 핑크, 2023: 54) 무슨 뜻인가? 우리가 의식적으로 파악하는 의미는 우리의 자기-이미지에 맞는 것만 통과시킨다는 뜻이다. 자기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은? 배척한다. 거부한다. 없는 척한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 없어." "내가 그런 감정을 느꼈을 리 없어." 이렇게 쳐낸다. 이게 인간 의식의 기본 작동이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 그가 실제로 말한 것이다.(브루스 핑크, 2023: 54) 의도한 바는 의식이 허용한 것이다. 자기 이미지에 맞는 것이다. "나는 이런 말을 하려고 했어." 하지만 실제로 말한 것—말실수, 엉뚱한 표현, 이상한 비유—거기에 무의식이 새어나온다. 의식이 검열하지 못한 것들이 거기로 빠져나간다.


꿈-작업: 무의식의 위장술


무의식은 어떻게 위장하는가? 프로이트는 이 과정을 꿈-작업dream-work이라고 불렀다. 꿈-작업에는 세 가지 핵심 메커니즘이 있다.

압축condensation, 전치displacement, 상징화symbolization.

이 세 가지가 무의식의 위장술이다. 무의식이 진짜 메시지를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세 가지 기술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팩트가 있다. 이 메커니즘은 꿈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24시간 작동한다. 깨어 있을 때도. 말할 때도. 행동할 때도. 관계할 때도. 무의식은 쉬지 않는다. 잠잘 때만 꿈을 꾸는 게 아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위장하고, 숨기고, 돌려 말하고 있다.

그래서 상담 회기 전체를 하나의 꿈처럼 다룰 수 있다. 아니, 다뤄야 한다. 내담자가 회기에서 하는 모든 말, 모든 행동, 모든 침묵—이것들이 꿈의 명시적 내용이다.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다. 그 아래에 잠재적 내용이 있다. 내담자조차 모르는 진짜 메시지가 있다. 상담자의 일은 이 잠재적 내용을 읽는 것이다.

이제 세 가지 메커니즘을 하나씩 살펴보자.


압축: 여러 사람이 한 사람 안에


압축이란 여러 개의 잠재적 요소가 하나의 명시적 요소로 뭉쳐지는 현상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꿈으로 먼저 설명해 보겠다.

당신이 꿈을 꿨다고 하자. 꿈에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상하다. 얼굴은 어머니인데 목소리는 선생님이다. 체형은 친구인데 말투는 상사다. 깨어나서 생각해 보면 도무지 누군지 모르겠다. 어머니 같기도 하고, 선생님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상사 같기도 하다. 누구야, 대체?

이게 압축이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 안에 녹아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무의식은 효율적이다. 공통점이 있는 것들을 묶는다. 어머니, 선생님, 친구, 상사—이 네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무의식이 포착한 공통점. 예를 들어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또는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무의식은 이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합쳐버린다. 그래서 꿈에는 한 명만 나오지만, 실제로는 네 명이 겹쳐 있는 것이다.

상담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내담자가 직장 상사 이야기를 한다고 하자. "우리 팀장이요, 정말 힘들어요. 매일 잔소리예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밥은 잘 먹었냐, 옷은 왜 그렇게 입었냐, 왜 그렇게 피곤해 보이냐..."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밥은 잘 먹었냐고 묻는 상사? 옷차림을 지적하는 상사? 물론 그런 상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묘사를 들으면 상담자는 한 발 물러서서 봐야 한다. 이건 정말 상사 이야기인가? 아니면 상사 안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가 있는 건가?

밥 잘 먹었냐, 옷 왜 그렇게 입었냐—이건 부모가 하는 말이다. 상사가 아니라 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내담자가 말하는 "상사"는 순수한 상사가 아니다. 상사 안에 부모가 들어가 있다. 상사와 부모가 압축되어 있다. 내담자는 상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모 이야기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상사와 부모에게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내담자에게 상사와 부모는 "나를 통제하려는 사람", "나에게 간섭하는 사람", "내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묶여 있다. 무의식은 이 공통점을 잡아서 두 사람을 하나로 합쳐버린다. 그래서 상사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에 대한 감정이 함께 나온다.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면 상담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상사가 힘드시군요. 상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가버리면 표면만 긁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상사가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일 수 있다. 더 정확히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상사와의 관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압축을 알아차리는 첫 번째 방법: 특징이 과다하다.


한 사람에 대한 묘사에 너무 많은 특징이 붙어 있다. 현실의 그 사람에게는 다 있을 수 없는 특징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담자가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다. "그 사람은요, 정말 자상해요. 근데 또 무서워요. 다정하다가도 갑자기 차가워져요. 저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은데, 또 무관심한 것 같기도 해요. 가끔은 아이 같고, 가끔은 아버지 같아요."

이게 한 사람인가? 자상하면서 무섭고, 다정하면서 차갑고, 사랑하면서 무관심하고, 아이 같으면서 아버지 같다? 이건 한 사람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뭉쳐 있다. 남자친구 안에 아버지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과거의 누군가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다른 측면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압축을 알아차리는 두 번째 방법: 묘사에 모순이 있다.


같은 사람을 묘사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 처음엔 차갑다고 하더니 나중엔 따뜻하다고 한다. 처음엔 무섭다고 하더니 나중엔 불쌍하다고 한다. 처음엔 미워한다고 하더니 나중엔 사랑한다고 한다.

물론 사람은 복잡하다. 한 사람이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회기 안에서, 혹은 연속된 회기에서 평가가 극과 극으로 왔다 갔다 한다면? 이건 그 사람 자체가 복잡한 게 아니라, 그 사람 안에 여러 사람이 들어 있다는 신호다.

내담자가 어머니 이야기를 한다고 하자. "우리 엄마는 정말 헌신적이에요. 저를 위해 뭐든 해주셨어요." 그러다가 10분 후에 말한다. "근데 엄마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숨이 막혀요." 또 10분 후에 말한다. "엄마가 불쌍해요. 평생 희생만 하셨어요." 또 10분 후에 말한다. "엄마가 미워요. 왜 그렇게 사셨는지."

헌신적 → 부담스러움 → 불쌍함 → 미움. 이게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인가? 물론 복잡한 감정은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면, 이건 "어머니"라는 인물 안에 여러 대상이 압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어머니, 내담자가 원했던 이상적인 어머니,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어머니, 내담자 자신의 어떤 측면—이것들이 뒤섞여서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뭉쳐 있는 것이다.


압축을 알아차리는 세 번째 방법: 회기마다 인물의 이미지가 바뀐다.


지난주엔 상사가 괴물이었다. "정말 악마 같아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어요?" 이번 주엔 상사가 은인이다.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이 저를 많이 키워줬어요. 감사해요." 다음 주엔 또 괴물이다. "역시 안 돼요.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

같은 사람인데 평가가 이렇게 극과 극이다. 이건 상사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상사에게 투사된 내적 대상이 바뀌는 것이다. 어떤 날은 상사에게 나쁜 아버지 이미지가 투사된다. 어떤 날은 좋은 아버지 이미지가 투사된다. 상사는 스크린이다. 내담자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대상들이 그 스크린에 번갈아 비치는 것이다.

칼 쾨니히는 이렇게 썼다. "이상적인 대상이 덮어씌워질 수 있다... 이들은 경험하고 있는 것과는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이다. 예를 들면, 이상적인 어머니상은 부드럽고 관대하며 뭔가를 주는 사람인데, 실제의 어머니는 차갑고 인색하다."(칼 쾨니히, 2001: 49)

현실의 어머니와 이상화된 어머니. 이 둘이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전치: 진짜 대상이 옮겨간다


전치란 감정이나 관심이 원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현상이다.

압축이 "여러 개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면, 전치는 "하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왜 옮겨가는가? 원래 대상에게 직접 느끼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너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에게 화가 난다. 엄청나게 화가 난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직접 화를 내면? 무섭다. 혼날 것 같다. 버림받을 것 같다. 가족이 무너질 것 같다. 그래서 그 화를 아버지에게 직접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데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억누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다른 곳으로 간다. 덜 위험한 곳으로. 덜 무서운 곳으로.

직장 상사에게 간다. 동네 아저씨에게 간다. 식당 종업원에게 간다. 운전 중 끼어드는 차에게 간다.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이 사람들에게로 옮겨간다. 그래서 별것 아닌 일에 버럭 화를 낸다. 상사가 조금만 지적해도 폭발한다. 종업원이 조금만 실수해도 불같이 화낸다. 본인도 "내가 왜 이러지?" 싶다. 상황에 비해 반응이 과하다는 건 본인도 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이게 전치다. 진짜 대상(아버지)을 향한 감정이 다른 대상(상사, 종업원, 끼어드는 차)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꿈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꿈에서 아버지가 나와야 하는데 이웃집 아저씨가 나온다. 어머니에게 느끼는 욕망이 낯선 여자에게로 간다. 형에 대한 질투가 직장 동료에게로 간다. 무의식은 원래 대상을 숨기고 대신 다른 대상을 내세운다.

바우어(Bauer)가 보고한 사례를 자세히 보자.

BT라는 여성 내담자가 있었다. 그녀는 상담 회기 중반에 학창시절 교장 이야기를 자주 했다. 교장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했다.

"그 교장 선생님이 정말 싫었어요. 권위적이고, 학생들 말은 하나도 안 들어주고, 자기 맘대로 규칙을 정하고..."

회기마다 교장 이야기가 나왔다. 학창시절이 끝난 지 오래됐는데도 그 분노가 생생했다. 지금 현재 삶에서 힘든 일이 많은데, 왜 자꾸 오래전 교장 이야기가 나올까?

상담자는 이 패턴을 주목했다. 그리고 탐색해 나갔다. 결국 드러난 것은 이것이었다.


"BT가 느끼는 교장에 대한 분노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여러 인물로 옮아간 것이며, 교장은 그 일부였다."(바우어, 2023: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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