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의 비밀

by 홍종민

무의식은 비유로 말한다


운전 중이었다. 별생각 없이 핸들을 잡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뭔가 흘러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 기억이 떠올랐다.

새 차를 사고 처음으로 아이들과 시승했던 날.

아이들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새 차 냄새를 맡으며 여기저기 만져봤다. "아빠, 이거 뭐야?" "이건 어떻게 해?" 신기해하는 표정들. 나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때? 좋지?"

그 순간의 뿌듯함. 내가 해냈다는 느낌. 아이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기쁨.

왜 하필 지금 그 기억이 떠올랐을까?

우연이 아니다. 절대로.


무의식은 이유 없이 기억을 꺼내지 않는다

정신분석에서는 이것을 '자유연상'이라고 부른다.

자유연상은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게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의식 속 기억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 기억이 떠오른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지금 나의 상황이 그때와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품어온 생각들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사주와 정신분석을 연결하는 작업. 이제껏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 내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으려는 것.

새 차를 샀던 것처럼, 지금 나는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으려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보여줬던 것처럼, 지금 나는 독자들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

"어때? 좋지?"라고 물었던 것처럼, 지금 나는 인정받고 싶다.

무의식이 이 유사성을 포착했다. 그래서 그 기억을 꺼낸 것이다.


무의식은 직접 말하지 않는다

무의식은 말을 못 한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무의식이 "너 지금 긴장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너 지금 인정받고 싶은 거야"라고 알려주면 좋겠다. 하지만 무의식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무의식의 언어는 비유다. 상징이다. 은유다.

그래서 무의식은 과거의 기억을 꺼내 보여준다.

"이거 기억나? 그때도 이랬잖아."

브루스 핑크는 이렇게 말한다.

"의미는 본질적으로 다의적인 것이다. 말이란 그 본성 자체가 이미 다의적인 것이다. 말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핑크, 2021: 52).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도 여러 의미가 숨어 있다.

새 차 첫 시승. 그 기억 하나에 얼마나 많은 것이 압축되어 있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설렘. 잘 될까 하는 긴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 혹시 실망시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무의식은 이 모든 것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게 무의식의 언어다.


그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첫 시승을 했던 그날로 돌아가 본다.

나는 뿌듯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비교하고, 결정해서 마침내 손에 넣은 것. 내 것이 됐다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았다.

동시에 긴장했다. 아이들이 좋아할까? 실망하면 어쩌지? "별로야"라고 하면? 그 한마디가 두려웠다.

그래서 물었다. "어때? 좋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나는 안도했다. 인정받았다는 느낌. 내가 잘 선택했다는 확인. 그게 필요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 나는 책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고민하고, 정리해서 마침내 세상에 내놓으려는 것. 내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이다.

뿌듯하다. 동시에 긴장된다.

독자들이 좋아할까? "별로야"라고 하면? 아무도 관심 없으면? 비판받으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묻고 싶다. "어때? 좋지?"

무의식이 그 기억을 꺼낸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왜 그 말을 했는지 모른다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는 이렇게 지적한다.

"정신분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 그가 실제로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의도한 바'는 그가 말하고 싶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것이기 때문이다"(핑크, 2021: 54).

우리는 자신이 왜 그 말을 했는지 모른다. 왜 그 기억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의식은 모른다. 하지만 무의식은 알고 있다.

나는 운전하면서 책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그냥 운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의식은 달랐다. 무의식은 지금 내가 느끼는 긴장과 설렘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과거의 순간을 찾아냈다.

새 차 첫 시승.

그 기억이 갑자기 의식 위로 떠올랐다. 나는 "왜 갑자기 이 생각이 났지?"라고 잠깐 의아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넘어갔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멈춰 섰다.

왜 하필 지금 이 기억이 떠올랐을까?


기억은 질문이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은 무의식이 던지는 질문이다.

"지금 너 어때?" "그때랑 비슷하지 않아?" "뭔가 느껴지는 거 없어?"

무의식은 답을 주지 않는다. 질문만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그 질문을 알아채길 기다린다.

핑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환자가 진정으로 분석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그가 자신의 말에 대해 의문을 던질 때이다. 이제 그는 무의식에 주목하게 되고, 자신을 통해 말하고 있는 또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해석하려고 노력하게 된다"(핑크, 2021: 55).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왜?"라고 질문하는 순간, 무의식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나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지?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이지? 두 감정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나?

답이 왔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인정받고 싶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별로야"라는 말이 두렵다.

무의식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의미를 너무 빨리 확정짓지 마라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떠오른 기억의 의미를 너무 빨리 확정짓지 마라.

"아, 이 기억이 떠오른 건 인정받고 싶어서구나"라고 단정짓는 순간, 다른 의미들이 숨어버린다. 무의식이 전하려던 더 깊은 메시지를 놓칠 수 있다.

새 차 첫 시승 기억에는 다른 의미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운 것"일 수도 있다. 요즘 너무 일에만 몰두해서.

어쩌면 "무언가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그리운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책이 끝나지 않아서.

어쩌면 "처음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설렘을 되찾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걱정이 너무 많아져서.

의미는 여러 겹이다. 하나의 기억 안에 여러 감정이 얽혀 있다. 그래서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 급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


무의식은 나의 편이다

처음에는 이 기억이 왜 떠올랐는지 몰랐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별 이유 없이 생각났나 보다"하고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멈춰서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지금? 그때와 지금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는 거지?

그랬더니 무의식이 응답했다.

"너 지금 긴장하고 있잖아." "인정받고 싶잖아." "두렵잖아." "그거 알아?"

무의식은 나를 괴롭히려고 그 기억을 꺼낸 게 아니다. 나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꺼낸 것이다.

"지금 네 마음속에 이런 게 있어." "이것 좀 봐줘." "이것 좀 느껴줘."

무의식은 평생 나와 함께 살아온 동반자다. 내가 의식에서 외면한 감정들을 무의식이 품고 있다. 내가 잊어버린 경험들을 무의식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그것을 꺼내 보여준다.

무의식은 나의 편이다.


이제 나는 안다

새 차를 사고 아이들과 첫 시승을 했던 그 기억.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 나는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으려 하고 있다. 오랫동안 품어온 생각들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내가 처음으로.

설렘이 있다. 긴장도 있다. 인정받고 싶다. 두렵기도 하다.

무의식이 그것을 알려줬다. 기억을 통해. 비유를 통해.

이제 나는 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을 때 누구나 느끼는 것이라는 걸.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걸.

그리고 그때,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내놓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 용기 자체가 이미 의미 있다.

무의식이 그것을 알려줬다. 그 오래된 기억을 통해.


당신에게도 묻는다

다음에 갑자기 기억이 떠오르면, 그냥 지나치지 마라.

멈춰라. 질문하라. 들여다보라.

"왜 지금 이 기억이 떠올랐지?"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지?"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이지?" "무의식이 나한테 뭘 말하려는 거지?"

그 순간, 무의식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무의식은 비유로 말한다. 기억으로 말한다. 그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비로소 당신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정신분석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틀림없다.


참고문헌

브루스 핑크/ 맹정현(2021). 『라캉과 정신의학』.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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