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과 채널링을 훈련하는 다층적
접근 (2)

5장. 정신분석학적 접근

by 홍종민

레버리와 분석적 제3자: 꿈꾸는 무의식의 비밀


사주를 보다가 가장 신기한 순간이 언제인지 아는가? 내담자가 말하지 않은 것을 정확히 맞출 때다. "어머니와 관계가 복잡하시겠어요"라고 말하면 "어떻게 아셨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엔 단순한 추측이나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온의 레버리 이론을 알고 나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레버리: 깨어있으면서 꾸는 꿈


우리는 가끔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헤맨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때,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과거의 기억이 불쑥 떠오를 때, 심지어 책을 읽다가 등장인물의 감정에 빠져버릴 때. 이런 순간을 당신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윌프레드 비온(Wilfred Bion)**은 이런 상태를 **레버리(reverie)**라고 불렀다. 레버리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그것은 깨어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끊임없이 꿈을 꾸며, 감정을 해석하고, 내면과 소통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엄마와 아기: 최초의 정서적 번역기


비온은 레버리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관계, 즉 엄마와 아기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연구했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맞닥뜨리는 세상은 두렵고 혼란스럽다. 배가 고프거나, 춥거나, 낯선 감정이 밀려올 때, 아기는 울음으로 자신의 불안을 표현한다.

하지만 아기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없다. 이때 엄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엄마는 아기의 울음과 불안을 자신의 정신으로 받아들여 처리하고, 그것을 다시 아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돌려준다.

마치 아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을 엄마의 마음을 통해 걸러주고 소화해주는 것이다.

"레버리는 유아의 수용 불가능한 정감적 경험을 엄마가 받아들여, 적절히 처리한 뒤 유아가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돌려주는 정신적 과정이다"(김홍근, 2019: 103).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기는 점차 안정감을 느끼고 세상을 신뢰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레버리 경험은 이후 감정 조절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른이 되어도 계속되는 꿈


어릴 때 엄마와의 교감을 통해 형성된 레버리는 성장하면서도 지속된다. 성인이 되어도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레버리를 경험한다.

어떤 날은 회사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집에 와서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바깥을 바라볼 때 감정이 흘러넘친다. 어떤 날은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기도 한다.

레버리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깨어있든 자고 있든 상관없이 항상 꿈을 꾸고 있다는 비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개념이다"(Levine, 2023: 179).


상담에서의 레버리 활용


심리 상담이나 정신분석 과정에서도 레버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을 깊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이해 가능한 형태로 돌려준다. 마치 엄마가 아기의 감정을 해석하고 되돌려주듯이.

"몽상 상태(깨어있는 꿈사고)로 내려가면 환자의 정서와 공명할 수 있다"(Grotstein, 2015: 124).

실제로 내가 사주를 볼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이미지나 감정이 있다. 이게 바로 레버리인 것 같다. 그 순간 내담자의 무의식과 내 무의식이 어딘가에서 만나는 느낌이다.


레버리: 인간관계를 잇는 무의식의 다리


레버리는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다. 좋은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시선으로 되돌려준다.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이런 경험이 없다면, 인간관계는 단순한 정보 교환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때로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이는 모두 레버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엄마가 아기에게 레버리를 제공하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정서적 공명을 제공하며 살아간다.


일상 속 레버리의 모습들


레버리는 우리의 정신 속에서 필름처럼 흘러간다. 때로는 짧고 강렬한 장면처럼, 때로는 천천히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이 겹쳐지고, 무의식적인 감정들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꿈꾸기에서의 변형은 모든 의사소통의 최대 수준의 변형을 구성하며, 섬광-유형과 구성-유형의 몽상은 그 중간 과정을 나타낸다"(Levine, 2023: 139).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한 레버리를 경험할 수 있을까? 그것은 주변의 소리와 장면,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창밖을 바라볼 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든 감정을 읽어보는 것.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그의 감정과 함께 머물러보는 것. 이런 작은 연습들이 레버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분석적 제3자: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의식


현대 정신분석학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 탐구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윌프레드 비온과 같은 이론가들은 레버리와 분석적 제3자(analytic third) 개념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적 상호작용을 탐구했다.


한-사람 모델에서 두-사람 모델로


그릇스타인은 프로이트의 고전적 분석 관계를 **"한-사람 모델"**로 설명하며, 분석가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찰자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 정신분석은 이를 넘어선 **"두-사람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에서 분석가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환자의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여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는 존재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분석적 제3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무의식적 현상이다.

"정신분석을 할 때 분석가의 의식이 레버리 상태에서 캐치한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가 피분석자에서 온 것과 분석가 자신의 것과 섞이면서 나온 변형된 이미지"(Grotstein, 2015: 124).


실제 상담에서 일어나는 현상


내담자가 "제 문제가 뭘까요?"라고 물을 때, 상담자가 문득 **"어머님과의 관계에서 자주 느끼던 죄책감이 떠오르는군요"**라고 직감적으로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나'도 '내담자'도 아닌, 우리 사이의 무의식적 장(場)이 들려주는 메시지일 수 있다. 내가 사주를 보면서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갑자기 **"이 사람 형제 관계에 문제가 있겠네"**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나중에 알아보면 정말 그런 경우가 많다.


융의 심리적 제3자


은 인간의 마음을 자아, 그림자, 집단무의식으로 구분하며, 나와 너의 상호작용에서 새로운 차원의 제3의 현상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융의 제자들은 이를 **"심리적 제3자"**라고 부르며, 상담 중에 느껴지는 직감, 상호작용 속의 갑작스러운 전환, 그리고 새로운 통찰을 제3자의 산물로 보았다.

변상규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와 너의 만남 속에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며 동시에 나의 요소와 너의 요소가 섞여 있는 현상을 심리적 제3자라고 융은 통찰하였다"(변상규, 2019: 54).


형태장과 무의식의 연결망


안토니노 페로는 분석적 제3자 개념을 무의식적 장(場)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형태장은 인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연결망이다.

인간의 감정, 직감, 촉은 형태장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다


형태장은 단순히 개인의 무의식이 아니라, 집단적 무의식의 맥락에서 작동한다


시간을 초월하는 촉의 경험


몇 해 전, 딸의 입학시험 결과를 기다리던 한 달 동안 나는 강렬한 촉을 경험했다. 대구 갓바위를 오르던 순간, 딸의 합격이 확신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 촉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아니었다. 그 다음 해, 딸이 실제로 합격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 촉은 단순히 현재의 감각이 아니라, 시간을 앞질러 미래를 스쳐간 것이었다.

형태장을 통한 정보의 공명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미래가 단순히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과 연결된 형태장의 정보로 존재한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우리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형태장 속에서 다른 사람의 정보와 공명하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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