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신통력의 그늘

by 홍종민

신통력의 매혹: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초월적 욕망


어느 날 한 내담자가 정말 신기한 얘기를 하더라. "선생님, 저 요즘 꿈에서 미래가 보여요. 이런 게 신통력인가요?" 그 순간 라캉의 욕망 이론이 떠올랐다. 신통력에 대한 갈망이 사실은 무의식의 근본적 욕망 구조와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흔히 신통력이란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 미래를 예지하고, 남들이 알 수 없는 걸 꿰뚫어 보며, 심지어 물건을 손대지 않고 움직이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한다.


무의식이 추동하는 초월 욕망


한계를 넘어서려는 근원적 충동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욕망: 인간은 누구나 한계 이상의 힘을 원한다. 병을 낫게 하고, 운명을 바꾸고, 원하는 목표를 순간적으로 달성하는 '비범함'에 대한 갈망이 신통력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라캉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주체가 타자의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신통력을 가진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사실 **"타자가 인정하는 특별한 주체가 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의 발현이다.


집단무의식 속 원형적 환상


초감각적 능력에 대한 집단적 환상: 구전된 신화나 설화, 영화 등에서 초능력자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많다. 이는 인간이 집단 무의식적으로 "보통 범위를 넘어서는 힘"에 끌린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집단무의식 개념으로 보면, 신통력에 대한 갈망은 마법사, 현자, 구세주 등의 원형과 연결된다. 이런 원형들이 개인의 무의식에서 투사되면서 신통력에 대한 강렬한 매혹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매혹은 분명한 이면이 존재한다. 신통력이 절대적인 축복이나 초인적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실제로 손영기 한의사는 "잘못된 수행이나 착각으로 인해 신통력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화입마: 무의식의 함정에 빠진 자아


**손영기 한의사(2011: 155-157)**는 신통력을 얻으려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는 위험성을 거론한다. 주화입마란, 수행자가 잘못된 방식으로 기운을 다루다가 심신이 불안정해지고, 망상이나 정신적 이상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르시시즘적 착각의 위험


사이비 교주와 주화입마: 손영기는 사이비 교주들이 대부분 혼자 수련하며 자신이 신이라고 믿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기운 침강(沈降)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상단전만 지나치게 열어놓으면, 에너지가 역류하거나 정신적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라캉의 자아 이론으로 해석하면, 주화입마는 상상계(imaginaire)에 갇힌 상태다. 자아가 전능한 존재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 원칙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왜 스승이 중요한가: 적절한 스승이나 지도자가 있다면, 수련자가 기운을 잘못 다루는 시점에서 교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승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면, "내가 신통력을 얻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고, 결국 주화입마를 유발한다.

라캉의 용어로 말하면, 스승은 **타자(Autre)**의 역할을 한다.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아의 착각을 교정하고 상징계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상단전 수련: 무의식의 과잉 활성화


손영기는 특히 상단전(머리 쪽 에너지를 다루는 부위) 수련을 맹신하는 풍조를 경고한다. 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일반인에게 무리하게 상단전을 열도록 권장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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