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촉이라는 문을 여는 세 개의
열쇠

무의식에서 직관으로

by 홍종민

어느 날 한 내담자와 상담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이 사람 곧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신처럼 떠올랐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혹시 거주지 변화가 있을 예정이세요?"라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셨어요? 다음 달에 이사 계획이 있거든요"**라고 하더라.

이런 경험을 몇 번 겪고 나서 깨달았다. 이라는 건 특별한 초능력이 아니라 무의식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는 것을.

촉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언어로 육감이나 직관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단순한 단어 뒤에는 인간의 감각을 넘어선 신비로운 세계가 숨겨져 있다. 촉은 마치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감각의 연장선처럼, 때로는 우리의 의식을 뛰어넘는 통찰을 선사한다.


촉의 본질: 라캉적 관점에서


라캉이 말한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명제를 떠올려보면, 촉도 일종의 무의식적 언어로 볼 수 있다. 의식이 포착하지 못한 미세한 기표들이 무의식에서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직관이라는 기의로 떠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상담할 때 느끼는 촉의 순간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상대방의 언어나 몸짓에서 나오는 미세한 신호들을 무의식이 종합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의식으로는 포착하지 못했지만 무의식은 이미 모든 정보를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촉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동양과 서양은 각기 다른 루트를 통해 이 문제를 탐구해 왔다. 흥미롭게도, 현대에 이르러 서양에서 동양의 명상을 재해석한 방법론이 다시 역수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열쇠: 마음챙김 명상의 혁신


**존 카바진(Jon Kabat-Zinn)**의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은 동양의 전통 명상을 서양 심리학의 틀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는 체계적이고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명상을 통해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왜 서양식 명상인가?


**"왜 굳이 동양의 명상을 서양 심리학자의 방식으로 배우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체계적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대중적인 명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통 명상의 경우 종교적 맥락이 강하고, 때로는 주화입마 같은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하지만 카바진의 방법은 과학적 검증을 거쳤고, 일반인도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무의식과의 연결통로


놀랍게도, 이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촉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마음챙김은 단순히 마음을 가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며 무의식의 흐름과 연결되는 길을 열어준다.

내 경험으로도 이는 확실하다.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는 시기에는 사주를 보는 정확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마치 무의식의 안테나가 더 민감해진 것 같았다.

비온의 레버리(reverie) 개념과도 연결된다. 명상 상태는 일종의 깨어있는 꿈 상태로, 이때 무의식적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열쇠: 정신분석학의 무의식 탐구


촉을 얻는 또 다른 루트는 정신분석학이다. 정신분석은 우리의 무의식을 이해하고, 그것과 연결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특히 자유연상과 자기분석은 우리의 내면 깊숙이 잠재된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라캉의 기표 연쇄와 촉


라캉기표 연쇄 이론으로 보면, 촉은 무의식의 기표들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의식이 놓친 미세한 단서들이 무의식에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것이 직감이라는 형태로 의식에 떠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자유연상을 통해 자기분석을 할 때, 평소에는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기억들과 감각들이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의식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이 촉의 개발로 이어진다.


전이와 역전이 속의 촉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전이와 역전이 현상도 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무의식적 감정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은 역전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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