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호스트 가족들과 하이킹을 하러 갔다. 여전히 기운이 안 나는 날씨의 연속. 차에 개 루시까지 총 다섯이 타니 꽉 찼다. 일반적으로 뒷좌석이 편한 자리라 앞자리에 올라탔는데 개가 함께 탈 줄 몰랐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곰 주의 표지판이 있었다. 리차드가 곰을 만났을 때 행동요령을 알려주었다. 절대 뛰지 말고, 함께 뭉쳐있을 것. 겁먹은 것처럼 행동하면 위협할 수 있으니 천천히 물러나면 곰이 떠나갈 것이라고 했다. 옆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온 크리스티가 자기는 진짜로 곰을 본 적이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여기는 이름만 공원이지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산이었다. 비가 계속 오는 터라 축축해져 있는 울퉁불퉁한 땅을 제대로 딛기 위해 애썼다. 한국에서는 진흙을 밟을 일이 없어서 신발에 흙이 질척이는 소리가 신선했다. 신발과 바지가 엉망이 되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또 자연 그대로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우리나라였으면 위험해 보이는 구역은 막아놓고, 길을 닦아놓았을 것이다. 여기는 울타리 하나 없이 길을 안내해 주는 자그마한 노란색 표시가 전부이다.
이곳의 나무들은 족히 이삼백 년은 되어 보였다. 침엽수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렇게 실타래 같은 것이 축 늘어져 있는 나무가 독특했다. 길을 걷다가도 볼 수 있는데, Douglas Fir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이고 손에 쥔 것은 Old Man’s Beard라고 불리며, 나무를 지지대 삼아 수분과 광합성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공기가 깨끗한 청정구역에서만 자라는 것이라 하니, 숲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면 공기가 아주 맑은가 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바다. 부산에 살아온 덕에 바다는 일상적이지만, 이렇게 울창한 정글 같은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또 새롭게 다가왔다.
한 시간 가까이 숲 속으로 들어가니 암각화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선사시대 원주민들이 바위에 남긴 메시지로 잘 보면 바위에 물개가 그려져 있다. 오랜 시간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신기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이 칼칼했다. 찬 바닷바람을 쐬니 몸도 으슬으슬하고 감기기운이 올라오는 듯했다. 집에 도착해서 팀버튼에서 산 런던포그티라떼를, 콥스브레드에서 산 스콘을 곁들여 먹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라떼는 캐나다의 대중적인 음료로 알고 있는데, 우유에 얼그레이를 우리고 바닐라 시럽으로 살짝 향을 낸 것으로 꽤 익숙한 맛이었다. 등산 후에 몸을 녹이고 에너지 보충하는 데 좋았다.
집에서 챙겨 온 감기약을 먹고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를 피해서 아침 일찍 나서길 잘했다. 내일은 빅토리아 시내에 가보려고 한다 옆방에 사는 크리스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