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캐나다에서 맞이한 새해 첫 날

by 또랑


어제 여파가 컸는지 눈을 뜨니 오후 두 시였다. 커튼을 치고 잤더니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푹 잤다. 오늘은 어제와 대비되는 조용하고 일상적인 하루를 보냈다. 여기는 해가 4시 반부터 지기 시작해서 부지런히 집 근처 산책을 하러 나섰다.



밖은 조금 쌀쌀하다. 부산이랑 비교하면 늦가을 날씨쯤. 외투 없이는 뒷목이 서늘할 것 같다. 빅토리아의 촉촉한 날씨에는 습도가 높아서 크림이 따로 필요 없다. 어제 세럼과 로션만 간단히 발랐는데 피부가 당기지 않는다. 하지만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라 해를 보기가 어렵다. 며칠 있으면 비타민 D가 부족해질 것 같다. 제미나이가 비타민을 챙겨가라고 했는데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집 근처는 따로 구경할 거리는 없었다. 조용한 길을 걷고 호수처럼 보이는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는 곳을 따라 조금 걸었다. 서늘하고 가라앉은 날씨가 딱 넷플릭스에서 본 풍경과 비슷하다.



잔잔해 보이는 물과 대비되는 표지판이 귀엽다. 쓰나미 위험 구역이라니! 오늘은 간단히 집에 있는 것들로 저녁을 먹었다. 아주 정신없을 정도로 먹을 게 넘쳐나는 집이라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 항상 티격태격하는 호스트 부부가 귀엽다. 나는 자기편이라며 나를 두고 옥신각신하다가 이럴 때 쓰는 “I’m Switzerland” 를 알려주셨다. 농담조로 “건들지마, 난 중립이야.”라는 뜻.



내일은 아침 일찍 호스트 가족들과 공원에 하이킹을 하러 가기로 했다. 공원이지만 바다가 보이는 멋진 곳이라던데 기대가 된다. 늘어지게 잔 덕에 짧아진 하루를 보내며 넷플릭스 시리즈를 마저 봐야겠다. 여기는 오늘이 새해 첫날이니 모두 Happy new year!